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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로마사 이야기
박홍규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월
평점 :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박홍규
<리비우스 강연>을 통해 마키아벨리를 알아봅시다. 그동안 우리는 마키아벨리에 대해 오해를 참 많이 했습니다. <군주론> 일부를 통해서 마키아벨리를 이해하기 때문이죠. 마키아벨리는 어떤 면에서 악의 대표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인간이란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 인간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읽는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군주를 원하는 듯 보이죠. 체자레 보르자라고 하는 잔인한 인물을 이상적인 군주상으로 봤기에 더욱 그런 평가를 받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에요. 잔혹한 독재자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티투스 리비우스의 첫 10권에 대한 강연>이라는 책을 살펴봅시다. 1531년 출판되었습니다. 출판 시기만 보면 군주론과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군주론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완성한 책이죠. 리비우스 강연 또는 <로마사 논고> 등으로 번역되어서 알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를 이해하는 또 다른 한 축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군주론>, 마키아벨리라는 인물 자체를 더 잘 이해하게 되죠.
마키아벨리는 문무를 겸한 사람을 리더로 봤습니다. 정치에서 도덕을 제외한 무자비한 독재자를 이상적 리더로 보지 않았죠. 군주론에서 ‘무’를 이야기했고, 리비우스 강연에서 ‘문’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다만 당시 이탈리아 상황이 ‘무’에 집중하기 좋은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이탈리아라는 말도 없었죠. 힘없는 도시국가로 구성되어서 외세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형국이었으니까요.
책 제목이 리비우스 강연이니 리비우스가 누구인지 알아봅시다. 그는 고대 로마 역사가입니다. 기원전 59년에 태어나 기원후 17년에 죽었죠. 이 사람은 공화정을 찬성합니다. 꼭 힘있는 군주가 나와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지도자를 선출하고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을 지지했죠. 대한민국도 민주‘공화국’이라고 하잖아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더 좋은 방안을 내어보자는 취지죠. 독재도 막을 수 있고요.
마키아벨리가 살던 당시에는 대부분 나라들이 군주정이었습니다. 공화정을 주장하고 싶던 마키아벨리도 뭔가 근거가 필요했죠. 그 근거로 가져온 것이 <리비우스 강연>입니다. 로마 역사를 알려주면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집단이 나라를 다스리게 하자. 현군이 나올지 폭군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군주제도보다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로마는 왕이 다스리던 나라가 아니니까요. 짧은 임기의 집정관, 원로원, 호민관 등이 있었을 뿐이죠. 그 막강한 권력을 가진 카이사르도 왕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왕들이 <군주론>을 비판했습니다. 자기는 그런 난폭하고 잔인한 군주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이런 이미지 정치조차도 군주론 안에 있는 내용입니다. 군주론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하고, 당시 종교와도 맞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비판받기 쉬운 상황이었네요. 저자는 묻고 있습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지금 우리에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힘을 가진 독재정치제일까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민이 참여하는 정치제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