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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평점 :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매년 연말에 멀쩡한 보도 블럭을 뒤집어 엎고 새로 까는 모습을 봅니다. 지방자치제도에서는 예산이 남아도 곤란하거든요. 행정부 감사를 할 때 작년 예산이 남았을 경우에는 올해 예산을 삭감합니다. 남편이 용돈을 아껴 썼다고 ‘어라, 한 달 용돈이 지금까지 많이 줬나보네. 이번 달부터는 줄여서 줄게’라고 부인이 말합니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식이죠. 우리가 보기에도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고쳤으면 싶죠. 제발 이런 쓸모없는 일에 돈을 안 쓰려면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할까요. 국회의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합니다. 다 큰 어른들이 말싸움 하다가 몸싸움까지 벌입니다. 국회에 출석도 하지 않고, 출석해서는 꾸벅꾸벅 좁니다. 인터넷으로 딴짓하다가 사람들 눈에 띄기도 하죠. 한마디로 똑똑한 사람들이 자기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뽑아줬습니다. 이들이 국회만 들어가면 멍청이가 되는 듯 보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합니다. 가전제품 하나만 사도 사용법을 읽어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국회의원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권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이죠. 그 중에서 국회는 입법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어느 국회의원이 일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파악하려면 ‘입법 실적’과 ‘예산 감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있는 부산 북구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입법활동·국정감사/상임위원회·지역구·의정보고서 이렇게 차례로 나열되어 있네요. 여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국회의원 잘 뽑았는지 알 수 있겠습니다.
국회의원에게 쓸만한 채찍과 당근이 있습니다. 나쁜 국회의원을 혼내려면 1인 시위가 좋습니다.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방법이네요. 정치 후원금은 1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됩니다. 즉 공짜에요. 그대로 다시 되돌아옵니다. 저도 매년 후원을 하죠. 공짜니깐.
국회는 싸우는 장소입니다. 거기서 나 대신 싸우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입니다. 기업들은 법인세를 더 낮춰달라고 이야기하니 친기업 국회의원들은 이편에서 싸웁니다. 노동자들은 법인세를 더 거두어서 복지에 써달라고 하니 친노동자 국회의원들은 저편에서 싸웁니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어느 편에 있는지 알아봐야겠네요.
내집마련이 왜 이렇게 힘든지 아시나요? 비싸니까. 왜 비쌀까요? 서로 사려고 하니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짓지도 않은 아파트 값을 미리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른 대부분의 물건은 상품이 있고난 후에야 고객들이 그 물건을 보고나서 구매합니다. 아파트는 그렇지 않죠. 국민들은 빚까지 대신 져가며 분양권을 사줍니다. 건설사 시공사를 위한 법 같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집을 마련해야하니 허리가 휘어지죠. 그만큼 가격도 더 오르고요. 저는 국회의원 중에서 이런 점을 고쳐주는 입법 제안을 해주는 사람이라면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죠. 국회의원이 일을 잘 하고 있나 계속 감시합시다. 어떻게 국회의원을 감시해야하나 궁금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