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 디지털 기억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
애비 스미스 럼지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애비 스미스럼지

 

임진왜란 3대 대첩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년도는? 제 세대는 이런 시험문제를 많이 풀었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단순 암기 위주로 기억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많았죠. 그러나 기억력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죠. 물론 기억력이 좋으면 유리합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추구해온 기억력이 과포장이라는 사실은 사회에 나와보면 금방 깨닫습니다. 기억력이 중요하지 않은 현실은 점점 가속화됩니다. 저도 요즘에는 외우는 전화번호가 거의 없네요. 진정한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는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정보가 갑자기 많아지는 시대죠. 수메르인들이 점토판에 설형문자를 쓰기 이전에는 모조리 기억을 해야만 했습니다. 문자가 생긴 후 누가 세금을 냈고 누가 안 냈는지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죠. 기록해두면 되니까요. 다만 이 점토판을 어떻게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불러내냐가 새로운 문제였을 뿐이죠. 당시에도 빅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고민거리였습니다. 소크라테스 같은 지식인도 문자라고 하는 빅데이터 때문에 사람의 정신에는 망각이 자라난다고 걱정했습니다.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 고뇌하지 않기 때문이죠. 문자를 통해 고뇌한다는 착각만 해도 되니까요.

 

지금 우리가 다뤄야 할 정보는 역사가 생긴 이후로 가장 방대합니다. 구글은 삼천만 권 이상 출판된 모든 책을 디지털화 했습니다. 저작권법과 싸워서 이겼으니 이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책을 디지털로 보게 되겠죠. 그러나 디지털로 저장하는 기억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일단 가장 잘 망가집니다. 외장하드에 넣어둔 사진이 조그마한 충격에 영영 복구될 수 없었던 경험은 대부분 다 있죠. 저도 싸이월드에 저장해둔 사진은 정말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 내 정보를 감시 받거나, 도난당하기도 쉽죠.

 

제일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지식이 유용한 지식을 밀어내지 않게 하는 일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가 한 말이죠. 이처럼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망각입니다. 쓸모없는 지식조차 생생히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얼핏 부럽기도 한 능력이죠. 그러나 우유 한 잔을 마시더라도 예전에 우유를 마시다가 깨진 컵에 입술을 베인 기억, 우유에서 벌레가 나왔던 기억, 우유가 상해서 설사를 하며 괴로웠던 기억이 망각되지 않는다면? 이 정보가 우유를 마시는 데 필요한 우유를 냉장고에서 꺼내 컵에 따라서 마신다라는 정보를 밀어낸다면 큰 문제입니다. 너무나 많은 데이터가 쌓인 지금 세계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와도 같습니다.

 

인류는 빅데이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왔습니다. 버릴 정보를 잘 버리고 필요한 정보만 잘 선택했죠. 역사는 무한한 적응이 반복되는 일이거든요. 저자는 인류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지금까지 잘 적응했으니 이번에도 잘 적응하리라는 예상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개방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습니다. 이 정보를 관리하는 사람은 공적이고 투명한 기관이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