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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평점 :
안으로 멀리 뛰기. 이병률 대화집
시인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아주 섬세하고 여리 여리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자도 ‘취급 주의’라는 푯말을 붙여야 할 사람들이 바로 시인이라고도 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주>라는 영화의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윤동주 시인도 떠오르네요. 그래서 제가 내린 시인이라는 사람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감성에 몰입하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이 책은 윤동희라고 하는 이병률 시인의 후배가 물어보고 이병률이 답하는 인터뷰 형식의 책입니다. 인터뷰어인 윤동희는 <월간미술> 미술기자이면서 책 만드는 북노마드 대표입니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네요.
이병률은 유명한 시인인가봐요. 저는 잘 몰랐습니다만. 2006년도에는 현대시학작품상도 수상했네요. 신해철, 유희열, 이소라, 타블로와 방송 작가 활동도 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과 작업을 해서인지 저도 이병률이라는 사람을 시인으로 보이기보다 방송 작가로 더 기억할 거 같습니다. 물론 저자는 자신이 이렇게 기억되기를 싫어하지만요. ‘병률이는 작가가 아니라 사장이야. 출판사 사장.’ 이런 말을 들으면 슬프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만 쓰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겸할 뿐.
저는 시인이라고 하면 약간 조용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혼자 명상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으로 보였거든요. 저자도 ‘시에 조도(照度)가 있다면 어둡다. 뚝뚝뚝 떨어지는 슬픔과 비애가 있다.’라고 했어요. 철썩이는 파도를 보면서 일반인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껴야 시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감정이 주로 슬픔과 비애였나봐요.
시인이 저에게 해주는 조언을 생각해봤습니다. 말끝은 흐리지 말고 매듭짓도록 하겠습니다. 제 아들이 말끝을 흐리는데 저도 그런 습관이 있더라고요. 습관인지라 바꾸기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젊은 사람에게 외로움은 약입니다. 지금 청춘은 자기를 필요 이상으로 아끼고 과하게 사랑한다는데 어느 정도 동의는 합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SNS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기도 하죠. 그래도 외로움을 너무 나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하게 살고 싶지 않은 배우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도 그분처럼 조금 고요하게 살아야겠다는 여유를 가질까 합니다.
CEO를 위한 시는 어떤 시를 말할까요? <시 읽는 CEO>, <시 읽는 CEO,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 이 두 책을 주문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CEO와 시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분초가 아까운 사람에게 청승맞아 보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이병률은 말합니다. 시와 같은 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신없이 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게 됩니다. 이 순간에는 가슴을 뭉클하고 때리는 시, 음악,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인연, 고마워요”라는 말이 참 시인답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