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신현준 이기웅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도시환경의 변화로 중·상류층이 도심 주거지로 유입되면서 주거비용을 끌어 올리고, 비싼 월세나 집값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돈 없어서 쫓겨나는 현상이죠.



만약 우리가 일하는 여기 바로 앞에 백화점이 들어온다면, 지하철 환승역이 되어서 해운대 장산과 노포역 가운데까지 터널이 뚫린다면? 순식간에 교통의 요지가 되겠네요.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겠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이렇게 되면 나도 땅부자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http://tvpot.daum.net/v/F1JWZttZdeU$

그러나 강북 뉴타운을 보면서 평당 천만 원씩 땅값이 올라도 혜택을 보는 사람은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 책은 8명 연구자, 132명 인터뷰이, 1095일 현장 조사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책이라기보다는 연구 논문에 가까워요. 신자유주의의 광풍을 맞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주로 노동 시장의 유연화 (해고와 감원을 더 자유롭게 하는 것), 작은 정부, 자유시장경제의 중시, 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하면 됩니다. 무한한 경쟁을 통해 우수한 자들이 살아남아 인류는 발전한다는 생각이죠. 우리가 일하는 곳에도 땅값이 오른다면 그 땅값을 견뎌내는 우수한(?) 자들만 살아남습니다.


 

만약 여기 주인 아주머니가 월세를 4년 동안 여덟 배를 올렸다면 우리는 여기서 일할 수 있을까요? 주변의 편의점이나 떡볶이 집도, 근처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살기 힘들죠. 다들 떠나가고 서울말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마치 지금의 센텀이나 마린시티처럼요. 이런 현상이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에서는 돈 있는 사람이 비싼 곳에서 사는 게 당연하니까요. 다만 가난한 원주민들이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는 종로3, 낙원상가, 파고다 공원, 종묘 공원을 비춰줍니다. 한때는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장소죠.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주로 여기에 모였습니다. 이 노인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죠. 그들만의 장소를 만들어 삶을 즐기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곱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을 더 먼 곳으로 쫓아내죠.


 

니체는 인간이 유사한 조건(기후, 토양, 위험, 필요, )에서 오래 함께 살 때 서로를 이해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전처럼 한 곳에서 평생을 살았다면 층간 소음으로 살인이 날 일은 별로 없습니다. 떠돌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서로를 이해하기는 힘들죠. 젠트리피케이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또 반복된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