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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제대로 떠나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들
HK여행작가아카데미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의 이유. HK여행작가아카데미 김경우
“그리스 여행에서 디오니소스 극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유럽 여행을 간 할배, 박근형이 한 말입니다. 연극학도라서 더 그랬겠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덩그러니 남겨진 어설픈 야외극장일 뿐일 수도 있지만요.
여행에 대한 두 주장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여행은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죠. 필수 관광 코스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무슨 의미 있는 여행일까요?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계획이 없으면 이동 시간에 차편을 기다리느라 몇 시간을 허비하죠. 힘들게 찾아간 박물관이 하필 쉬는 날일지도 몰라요.
다른 한 가지 주장은 ‘그러나 어떠랴. 그게 여행인데’라는 마음입니다. 심리적으로 편안한 백지 상태로 여행하면 오히려 즐겁다는 생각이죠. 무계획이 몸을 불편하게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의외로 경험하는 재미라고 봅니다. ‘지도를 보지 않아 좋다. 유적지에 관심 없는 내가 좋다. 멍하게 걷고 싶은 내가 좋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차편을 기다리는 시간도 허비가 아니라 여행이고, 박물관이 쉬어서 터덜터덜 되돌아오는 길도 여행이라는 견해에요.
저는 여행을 하면서 철저한 계획도, 무계획도 싫습니다. “여행을 하는 데 즐거움은 없다. 여행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위대하고 중요한 지혜다.”라는 알베르 까뮈가 했던 말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봅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 좋죠. 단체 관광을 다니면서 수박 겉핥기식 관광도 아주 좋아합니다. 힘들게 정보를 구해야 할 필요도 없고, 유명한 관광지도 어느 정도는 구경하니까요. 그렇게 아낀 시간을 활용해서 나를 되돌아보면 되잖아요?
이 책에서는 237페이지에 있는 이서현 작가가 쓴 여행기가 마음에 듭니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저와 같거든요. 저자는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서 3km정도 떨어진 곳에 갑니다. 그게 여행이죠. 고양이를 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여행을 합니다. 3km 거리라면 제가 늘 출퇴근 하는 지하철 두 코스 거리일 뿐이네요. 일상에서 느끼는 여행이죠. 거기서 자신을 되돌아봤네요.
결국 여행도 내가 아는 만큼만 보입니다. 박근형에게 디오니소스 극장이 다른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보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났지만 보고, 듣고, 느낀 게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3km 반경에서도 보고, 듣고, 느낀 게 많은 사람은 멀리 떠나도 여행을 잘 합니다.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도 내 시야가 넓게 트여야겠습니다.
여행 사진과 종이 질은 최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