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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 수업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임유란 엮음 / 문이당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라고 하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먼저 떠오르죠. 플라톤이 고대 철학의 보스라면 중세 철학은 칸트로 흘러들어갑니다. 쇼펜하우어는 그 플라톤과 칸트를 비판합니다. 이렇게 근대 철학을 대표하는 고전이 되었죠. 다만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31세 때 쓴 책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세기의 대 철학자이기도 하고 천재이기도 한 쇼펜하우어지만 인생을 논하는 철학자로서는 좀 풋내나는 30대 초반이네요. 60대에 들어서 쓴 <인생론> 같은 경우에는 그의 생각이 좀 더 정리된 성숙한 철학자가 아니었을까요?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Die Welt ist meine Vorstellung)'라는 말로 유명합니다. 모든 현상은 삶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가 드러난 표상이라고 말하죠. 플라톤이 말하는 현상의 배후에 이데아 같은 실체가 따로 있다는 것을 반박했습니다. 현상을 나타내는 실체가 바로 의지라고 봤기 때문에 현실주의자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쇼펜하우어를 염세주의자로 착각을 많이 합니다. 이데아나 천국 등을 부정했기 때문이죠. 죽어서 무슨 희망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기를 꺼렸습니다.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염세주의자처럼 보이기는 하죠. 그러나 이 책 <오늘 행복하기로 결심했다>에서 보이듯 그는 자살을 비판하고, 사랑과 행복을 역설합니다. 염세주의자가 아니에요.
사랑의 힘, 세상을 지혜롭게 사는 비결, 행복의 문과 행복의 열쇠, 자신만이 가진 삶의 역사를 써라.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랑이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한 삶을 견디게 해준다.’ 비록 쇼펜하우어가 사랑을 말하기는 했지만 저는 삶에 고통과 불행이 가득하다는 말에 더 주목하고 싶네요. 여성혐오론자로 알려진 그는 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강의 때 시끄럽게 구는 여성이 있으면 참지 못했다고 전해지니 여성혐오는 맞는 루머인가봐요.
삶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과자는 다양하지만 어짜피 같은 원료로 반죽해 만들 뿐이라는 것이죠. 사람도 비슷하게 살다가 비슷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특별한 삶, 특별한 세상은 없으니 그저 열심히 살라는 말이겠죠. 약간 염세주의 냄새가 나기는 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요소를 ‘분별, 힘, 운’이라고 했는데 그 중 운이 제일이랍니다. 그러나 염세주의자가 아닌 그는 운이 인생에 미치는 요소가 아주 크지만 그 운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죠.
책을 덮으며 세상 모든 것에는 음과 양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앞만 보며 달려가던 시대에는 그에 맞는 키워드가 유행합니다. 요즘은 앞만 보며 달려가다 지친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외칩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행복에 대한 심한 집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행복이라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먼저 마음의 방을 비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색을 해야 합니다.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특별히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한다면 불행하지 않다네요. 약간 소극적이고 수준이 한 단계 낮은 방법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더 현실적인 철학자의 충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치게 행복에 집착하지 않는 시대가 또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