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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과 헤어지기 - 걱정거리의 90퍼센트를 없애는 46가지 마음 정리법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불필요한 것과 헤어지기 - 마스노 슌묘
한 절의 주지스님, 정원 디자이너, 대학교 환경디자인 교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특별교수. 참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 저자입니다.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명에 뽑힐 정도로 영향력도 큽니다. 스님이 ‘불필요한 것들과 헤어져라’ 또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는 말씀을 했다면 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책을 덮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원 디자이너가 이 말을 했다면 어떤가요? 뻔하지는 않죠. 스님이 쓴 책이라기보다 정원 디자이너가 썼다고 읽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해서 살다보니 싸울 일이 많습니다. 애기가 둘이나 되니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네요. 그런데 싸우는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계기가 대부분 사소합니다. 차마 말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에요. 저자는 그걸 정확히 지적합니다. 관계가 틀어진 원인도 사소하니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죠.
스님들이 마음을 비워라, 너무 아등바등 하지 말고 여유를 가져라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잖아요? 저자는 좀 다릅니다. 자신이 발전하기 위해서 목표를 한 단계 높게 잡으라고 합니다. 그러나 적당함을 알아야 하니 균형 잡힌 인생을 위해서 여유로울 필요도 있죠. 약간 자기계발서에서 나올법한 말씀도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꾸준히 계속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 습관으로 재능을 뛰어넘는다.’ 노력을 꾸준히 해서 습관화하라는 말이죠.
‘살아갈 때는 전력을 다해 산다. 죽을 때는 전력을 다해 죽는다.’ 저자가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말입니다. 살아갈 때에 전력을 다해야죠. 상식입니다. 그러나 죽을 때에도 전력을 다해 죽는다니, 정신이 번쩍 드네요. 지금 내가 전력을 다해 죽어가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후반 인생의 1/3은 죽음을 준비한다고 했잖아요? 그런 모습이 전력을 다해 죽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게 깨달음이 아니랍니다. 태연하게 살아갑니다. 죽을 때가 오면 죽고, 태연히 살아갈 때는 태연히 산다는 깨달음이죠. 역설적이게도 여기서 ‘태연히’라는 말이 전력을 다한다는 말과 같네요.
저자가 하는 일이 많다보니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바빠 보입니다. 그러나 스스로는 그리 바쁘지 않아요. 불필요한 것들과는 잘 헤어졌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모든 일을 순리에 맞게 흐름을 탑니다. 그러면 조바심 낼 필요가 없어요. 흐름에 맡긴다 해서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말로 착각해서는 곤란합니다. 방향을 지켜보고 속도를 읽은 다음, 무턱대고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확고한 자신’과 함께 자연스레 흘러갑니다. 유연한 사고와 확고한 자기 주관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저절로 순리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