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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불어라 - 한대수 산문
한대수 / 북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바람아 불어라 - 한 대수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가 책을 썼습니다. 평소 독서량도 대단해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네요. 저자는 바로 포크 락 음악의 대부인 한대수입니다. 포크송, 락은 너무 유명한 분야인데 ‘포크 락’은 약간 생소합니다. 제가 듣기에는 컨트리송, 포크 등은 비슷하더라고요. 한 대수 음악을 지금 들어보니 포크의 요소에 락의 요소가 약간 더 가미되었다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지금 글을 쓰며 ‘행복의 나라로’를 듣고 있는데 목소리가 참 특이합니다.
저자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예술가 특유의 이상적인 면모도 빠지지 않네요. 흔히 예술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꿈꾸는 소리만 한다고 느끼잖아요? 저도 음악가들이나 예술하는 사람들은 속세에서 벗어나 자기가 원하는 바를 추구한다고 생각했죠. 한대수는 그러지 않습니다. 음악가인 그들도 결국 모이면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이 뉴욕의 히피가 대한민국 해병대에 들어갑니다. 아마도 최초로 군대 구타를 당한 히피가 아닐까요. 그런 그가 군대 상관이 되었을 때는 부하들을 때리지 않은 전설로 전역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쟁, 테러, 군대 등에 대해서 일관되게 주장을 합니다. 징병제도 없애버리고 모병제로 가야한다는 말이죠. 전쟁을 아주 싫어합니다.
각종 오디션 프로에 대해서도 스팅의 입을 빌려 한마디 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나봐요. 여기에서 1등을 해본들 큰 의미가 없죠. 경쟁에서 탈락을 해서 좌절한 음악인들이 꿈을 잃어버리는 모습에 안타까워 합니다. 1등이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스케일이 크게 생각을 해보면 맞는 말입니다. 이를 ‘음악가는 자기 인생을 노래한다’는 말로 압축해서 말합니다. 굶어도 보고, 선생님도 하고, 막노동도 하는 삶을 살아봐야 그 삶이 음악에 녹아난다는 말이죠. 오디션 프로 1등은 이런 삶이 음악에 녹아있지 않아요. 멘델스존이 베토벤보다 깊이 있는 음악을 작곡하지 못한 이유로 비슷한 이유를 들죠. 멘델스존이 베토벤 같은 큰 고생을 한 적이 없거든요.
요즘 음악가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산 증인인 저자는 뭐라고 할까요?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라고 말할까요? 그리 말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과연 재능이 있는지 냉정히 판단하라.’, ‘음악은 왕족주의다. 한두 명 빼고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먹고살 기술을 연마하라. 나도 요리사, 사진사로 일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돈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돈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겠죠. 돈을 초월해서 자기 음악과 철학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사람이 음악을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현재 22살 차이의 러시아 모델을 부인으로 둔 자유인. 약간 4차원의 모습도 보이는 히피 음악가가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했습니다. 어느 분야든 그 방면에서 1등을 달리는 사람들의 의견은 내공이 있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 이외에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