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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가 기대되는 삶 - 대한민국 삼십대를 위한 은퇴 준비의 모든 것
김형래 지음 / 이지북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30년 후가 기대되는 삶 - 김형래
30년 후에 은퇴한다면
박세리 선수가 은퇴 선언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은퇴라는 말을 참 많이 접합니다. 주로 연예인들이나 운동선수들이 많이 하는 말이네요. 그들의 은퇴 시기가 좀 빠른 편이죠. 주로 30~40대에 하니까요. 제가 어릴 때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저 사람들은 평생 저 운동만 해 왔을텐데 지금부터는 참 불안하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은퇴는 어떨까요? 보통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걸로 봐서 40~50대에 은퇴를 합니다. 한의원에서 일을 하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70대에도 경비원을 하는 분도 있으시거든요. 대부분 70세 이전에 다시 한번 은퇴를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기대 수명이 80~90세 정도인 지금은 70세에 완전히 일에서 손을 놓더라고요. 정리를 해보면 이렇네요. 20세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30세 정도에 취직, 50세까지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을 모아 퇴직, 퇴직 후 새 삶을 살면서 70세까지 다시 경제활동, 그 후 은퇴.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은퇴 상담을 아주 많이 한 전문가입니다. 그동안 은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돈’에 맞춰왔다면 이제는 돈보다 더 중요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건강, 주거, 생활(좋아하는 일,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레저, 인식(그때의 변화를 알고 맞춰감), 관계, 직업 등이죠. 그리고 자신이 여전히 세상에서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쓴소리로 우리를 가르칩니다. 은퇴 후 유유자적 맛집 탐방을 다니거나 취미활동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마디 하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지 않고 단지 지금의 불쾌한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잊으려고만 하다 보면 애꿎은 시간만 계속 흘러간다.’ 또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최소한의 교양으로 지식을 쌓으라고 합니다.
퇴직금으로 피자나 커피숍을 여는 사람들에게도 일갈을 내지릅니다. ‘가족을 볼모로 퇴직금을 쏟아 부어 프랜차이즈 창업에 뛰어드는 게 열정과 투지인가? 지금 하는 일이 싫어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창업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일이지만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는 할 수 없었어서 못했던 사람들이 해야 한다.‘ 평생 빵만 30년 이상 굽던 사람도 대기업의 힘에 밀려서 문을 닫습니다. 은퇴 후 한 달 정도 고민해보고 빵집을 열려는 사람들은 너무 무모하죠.
좋아하는 일보다는 오래 지속할 일을 찾으라는 현실적 조언도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게 진짜 ‘일’이 되는 순간부터는 냉혹한 경쟁의 세계가 펼쳐진다.‘ 오히려 마지막 판도라의 상자라고 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되도록 직업과 연관시키지 말라고 하네요. 이 말은 조금 의문이긴 합니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이 질문은 늘 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해서 아직 확답은 나오지 않네요.
젊어서 여행을 떠나 많이 배우고 온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으로 견문이 넓어지지 않고 씀씀이만 커지는 경우도 많다. 남는 것이라고는 사진과 면세점 쇼핑백. 여행을 통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물질적인 부족함을 느끼고, 갖고 싶은 것만 많아져 소비하는 삶이 된다면 이는 독이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오니 확실히 제 생각과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위 말하는 힐링을 받지는 않았어요. 무지막지한 현실은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다만 생각과 사고가 확장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걸 힐링이라고 해도 좋겠네요. 다만 몇 번의 여행 중 씀씀이만 커지는 여행도 있었습니다. 없는 돈 털어서 조금 더 고급스러운 것만 찾아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이것은 30년 후가 기대되는 행동이 아니죠.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라는 말이 언뜻 멋진 말처럼 보이지만 지나치게 소비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부디 여행이 저런 나쁜 뜻으로 쓰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고 종신보험이니, 연금이니 가입해야한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다들 하는 말이 ‘열 명 중 한 명은 폐지를 주워 생계를 마련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였습니다. 우리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한마디였죠. 실제로 폐지로 살아가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그러면 소위 말하는 은퇴전문가들은 더욱 더 ‘은퇴 자금’으로 우리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죠. 이 책은 은퇴자금 이상의 은퇴를 공부시켜줬습니다. 우리 쌤들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