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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사부의 요리 - 이연복
15분 만에 요리를 만듭니다. 그것도 무작위로 선택된 연예인 집에 실재 있던 냉장고 재료만을 이용합니다. 늘 해오던 요리에서 주재료가 없기도 하고, 양념이나 기초 재료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때 즉흥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서 다른 식재료로 대체합니다. 제가 요즘 즐겨보는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요리 프로그램 내용이에요. 쟁쟁한 셰프들이 나와 경쟁하는 이 방송에서도 ‘대가’라고 부르며 인정하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바로 40년 경력의 이연복 셰프에요.
이연복 셰프는 화교입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사회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어요.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갔습니다. 선생님이 등록금 못 낸 사람들만 칠판 옆에 세워 두고 수업을 하기도 했네요. 창피를 주려고 그랬겠죠. 요즘에는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40년 경력이면 한 우물 파기로는 정말 대단하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대기업은커녕 조그만 공장도 취직하기 어려웠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합니다.
외길 인생을 걸어온 대가답게 요리에도 그만의 철학이 담겼습니다. 지느러미를 얻기 위해 잔인하게 상어를 죽이는 ‘샥스핀’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계속 만들어 내지만 손님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사람입니다. 아집에 빠지지 않죠. 손님이 남긴 요리를 먹어보며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 반응이 심각할 때는 고집을 피우지 말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라.’고 말합니다. 저도 어깨 아픈 분에게 발에 침을 놔야 할 경우가 있죠. 환자분은 고집을 피웁니다. 발에 침 맞기 싫고 어깨에 맞고 싶다면서요. 거부 반응이 심각할 때는 고집을 피울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발에도 어깨에도 침을 놔드리죠.
‘가게 운영은 내 자존심만으로 하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일하려면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라는 그의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저도 침은 아프고 강하게 놔야 효과가 좋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부드러운 침법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본다는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제 자존심만 내세웠으면 아파서 침을 안맞는 환자도 생겼을 것입니다. 계속 그랬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힘들겠죠.
우리나라에 갑자기 셰프 열풍이 붑니다. 이연복 셰프가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며 승승장구를 하니 그의 제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연복은 이들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강하게 질타하며 키웁니다. 못 버텨내면 어차피 요리사가 될 수 없으니까요. 요리사의 길은 어렵습니다. 출근은 사실상 아침 9시, 끝난 후에도 밤 11시를 넘겨 퇴근할 때도 많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 스포츠선수, 아이돌, 영화배우, CEO 등의 겉면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혼자서 겪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을 살펴봐야 하죠.
이연복이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기분입니다. 그 밑에서 제대로 중화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넓고 속이 깊은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