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평점 :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정도선 · 박진희
결혼 후 두 달만에 알게된 배우자의 암.
단순한 여행서적이 아니네요. 서로를 너무 끔찍이 아끼는 부부의 인생관 · 철학관이 담긴 책입니다. 단지 여행을 통해서 심오한 이야기들을 풀어낼 뿐이죠. 이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도 애틋합니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이 둘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샘솟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이 둘 부부의 여행을 통해서 삶을 배웁니다.
한창 행복해야할 신혼의 단꿈이 무너졌습니다. 요추에 암이라는 무서운 놈을 붙이고 사는 새신부. 그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새신랑. 이대로 살아서는 인생을 살면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7개월간의 세계여행을 계획합니다. 암환자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반년이 넘는 여행을 간다는 상황이 상상이 안 되지요. 무엇보다 신부의 부모님이 허락을 않겠죠. 그러나 단 몇 초도 망설이지 않고 아픈 딸의 세계 여행을 허락합니다. 부모님도 보통은 아니네요.
여행을 하면 삶을 배운다죠. 여행을 하면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환경을 벗어나 새로움을 맛봅니다. 창의력을 키우는데 여행만큼 좋은 방법이 또 없죠. 다른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탈피합니다. 늘 가지고 있던 의무를 던져버리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참된 자신과 대화를 나눕니다. 여행의 장점은 여행자마다 하나씩 다 가지고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암환자가 떠나는 세계 여행은 좀 다를까요?
이 두 사람의 여행은 특별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합니다. 여행이 주는 경험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부부가 같이 산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자기 생활을 합니다. 직장에도 나가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니까요. 그러나 여행은 24시간 둘이 꼭 붙어 있습니다. 서로에게 약간이나마 숨겨두었던 비밀이나 습관들이 모조리 드러납니다. 게다가 여행을 하면 각종 돌발 상황이 생기죠. 거기에 싫든 좋든 대처를 합니다. 반년 동안 여행을 한다면 10년차 부부만큼 돌발 상황을 경험하겠네요.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이 두 사람은 24시간 붙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서로를 아껴주고, 서로를 더 사랑할 방법을 찾습니다. 부러워요.
번외로 이 책을 읽으며 질문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고산지대의 소수민족의 삶을 보러 가는 게 여행이 될까요? <아마존의 눈물>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재밌게 봤습니다. 티비나 전기가 없어도,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죠. 그들을 보며 탐욕에 찌든 제 삶을 되돌아봤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차 한 대, 집 한 채, 안정적인 직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우리네. 그런 물질들이 없어도 행복한 사람들. 그리고 깨달음. 그러나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보며 우리를 반성한다는 사실이 꽤나 건방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 게이츠처럼 열심히 살고,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들이 겪는 경쟁은 상상을 초월하겠죠. 그들 나름 비행기 몇 대, 별장 몇 채, 자산 몇 억 등으로 서로를 비교합니다. 이런 비교가 싫어서 그 빌게이츠 중 한 명이 우리에게 여행을 떠나옵니다. 우리를 보면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 우리처럼 틈만 나면 공부를 하고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티비나 게임에 빠지기도 하고 돈에도 초탈해. 비행기 한 대 가진 사람이 없으면서 행복해 하는구나’. 제가 느꼈던 여행이 이런식으로 수박 겉핥기는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