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생존 육아 - 스스로 하는 아이로 키우는
박란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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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생존육아 - 박란희

 

  아주 흔한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첫째와 둘째 아이가 독한 감기로 고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열이 40도가 넘고 해열제를 먹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차가운 물에서 물놀이를 오래 하고 에어컨을 틀고 잠든 첫째가 둘째에게 옮겼나 봅니다. 아이들을 두고 출근하려는 엄마는 마음이 불안함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몸도 아프신 친정어머니에게 SOS를 요청합니다. 울면서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남기고 회사에 출근합니다. 회사에서도 아이들 생각뿐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못마땅해 하는 상사의 눈을 피해 친정어머니에게서 온 전화를 받습니다. 입원을 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물어봅니다. 오늘 밤 6인실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자야하는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모두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인 워킹맘은 마음속에 사표를 씁니다. ‘이깟 몇 푼 벌어보자고 이 고생을 하나’. 이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들이 느끼듯 월급은 쥐꼬리에 불과하거든요. 이런 일들은 워킹맘이 느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아이에게 전념하지 못해서 그런 듯하다는 죄책감을 늘 마음에 품고 살죠.

 

  저자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편집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열한 교육열을 자랑하는 목동에서 살아갑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편집장이라니 얼마나 바쁠지 상상이 됩니다. 여자로서 편집장에 오른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도 최소 상위 10% 안에는 속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엄마 친구 딸조차도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힘들어합니다.

 

  가정을 위해서 사표를 쓰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우리 모두 궁금한 일이죠. 저자는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삶을 다 겪어본 사람입니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애증이 덜한, 객관적 입장에서 우리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잘 나가던 정치부 기자 시절 남편에게서 이혼서류를 들고 서부지법으로 가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첫째 딸은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충남 예산의 시댁에, 아빠는 시애틀에 있는 원룸에, 엄마는 경기도 일산의 정치부에. 이런 이산가족의 삶을 살았으니 남편의 절박함도 이해가 되네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저자는 아이와 함께 시애틀로 갑니다.

 

  “, 나도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편하게 아이 키우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직장맘으로 이런 생각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진짜 전업주부가 되어보니 현실은 쓰라렸습니다.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만 잘 돌보면, 공부며 친구관계며 모든 게 해결될 듯 하지요. 그러나 전업주부가 되는 순간 새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저자는 이를 이직이라고 표현합니다. 지금 다니는 워킹맘이라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업주부라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셈이죠. 우리도 이직이라는 실상을 잘 알죠. 새로운 직장에도 반드시 장단점이 있습니다. 꿈꾸어온 바와 달리 전업주부의 삶도 자신과 가정에게 충실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운 좋게 다시 편집장의 위치로 복직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저자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누구나 부러워할 삶을 삽니다. 잘 나가는 기자, 시애틀까지 간 것으로 보아 능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남편, 목동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두 딸. 다시 복직이 되어서 편집장까지 올라갈 능력과 운, 인맥.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쏟아 부었을 엄청난 노력과 열정. 대단하죠. 그런 저자도 이렇게 힘들어 합니다. 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 다시 워킹맘으로 돌아온 그녀는 삶의 균형을 찾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립니다. ‘양쪽을 다 경험해보니, 할 수만 있다면 워킹맘으로 사는 게 훨씬 좋다.’, ‘딸 둘을 둔 나는 지금의 내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롤 모델이다.’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는데 왜 가정에 쏟을 시간은 점점 줄어들까요? 새벽에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는 저도 이점이 의문입니다. 치열하게 살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조언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습니다. 아내에게 권하고픈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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