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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
유순하 지음 / 문이당 / 2015년 8월
평점 :
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 - 유순하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육아 서적에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왜 이런 표현을 했을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씁니다. 저자의 셋째 때문에 그렇게 보이나요? 저자의 셋째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가 술집 서빙 일을 합니다. 그마저도 곧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별 생각 없이 놉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걱정이 되니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면 답이 가관입니다. “이제부터 생각해 보려고요.” 후에는 어느 날 제빵과 제과 수업을 듣는다 합니다. 셋째의 삶을 보니 자식 농사가 남들이 보기에는 실패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저는 ‘저자는 자식 농사에 결코 실패하지 않았음’을 이 셋째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자식 농사는 아주 성공적입니다. 다만 스스로에게 부모로서 아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라 저렇게 얘기할 뿐이에요. 세 명의 아이가 모두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들어갔습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과 목표가 뚜렷한 아이들로 키웠습니다. 오죽했으면 ‘어쩔 수 없이 서울대에 가야만 한다면 차라리 재수하겠다’는 말을 할까요.
자녀를 망치는 세 가지를 과보호, 잔소리, 체벌이라고 정리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죠. 그러나 이 세 가지도 기준이 아주 까다롭습니다. 과보호를 넘어선 방목을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부모를 함께 망치고 있다며 내버려둡니다. 딱히 공부하라는 말도 하지 않네요. 잔소리는 갑이 을에게 내리는 벌이죠. 부모로서 아주 작은 잔소리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에게 논리적으로 질책하는 것도 피합니다. 아이들은 논리도 약하고 무엇보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논리적인 잔소리로 공격하면 옳지 않다고 보죠. 체벌은 몇 번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네요. 부부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여 체벌을 결정했지만 다시는 체벌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문제 있는 부모가 홧김에 가한 체벌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자식을 살리는 세 가지 비결로 ‘사랑, 방목, 칭찬’을 주장합니다. 사랑과 칭찬은 당연해 보이지만 방목도 줄기차게 이야기합니다. 위에서 말한 과보호와 정반대되는 이야기죠. 아이를 사랑한다는 증거로 어루만지고 안아줍니다. 특히 받아들이는 아이의 입장에서 사랑을 느끼도록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내가 아이가 이쁘다고 해서 아버지만의 표현법으로 사랑해서는 안 된다 합니다. 영화 <샤인>에서 나오는 데이빗 헬프갓의 아버지와 같은 그런 사랑을 아주 싫어하네요. 칭찬은 끊임없이 계속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칭찬을 들었다는 사실을 까먹기 때문이죠.
‘부모 노릇의 성패는 그 자식에게 기억되어 있는 부모의 얼굴 모습으로 결정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다 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기억하고 있는 부모의 모습이 중요하죠. 매를 들거나, 간섭하거나, 일에만 몰두해서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노라고 변명하는 부모들이 많죠. 그래본들 그건 자신만의 착각입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반항하고 덤비는 것도 쿨하게 넘어갑니다. 이것이 사실 독립 선언이라는 거죠. 바로 이때가 부모와 자식 간 평생 우의를 결정지으니 저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이 반항을 하겠죠. 인정해줘야 합니다.
저는 동생과 아주 친한 형제간이라 자부합니다. 동생과 우애가 좋은 형이라니 스스로도 자랑스러웠죠.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또 저도 아이를 키워보니 우애조차도 부모님의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걸 배웁니다. 이 책을 읽고 부모님께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켜 준 고마운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