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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이노우에 다쓰히코
케이스 스터디는 ‘사례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사례 연구는 사회 과학 관련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방법의 하나로, 하나 또는 몇 개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연구이다. 특정 집단, 사건, 공동체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한다.’고 합니다. 경영을 하면서 노키아, 소니가 왜 몰락했는지 애플, 삼성, 사우스웨스트 등은 왜 승승장구하는지를 사례별로 연구한다면 이것이 바로 케이스 스터디죠.
어떤 사람은 똑같은 사실을 가지고 중요한 정보만 쏙쏙 캐내고, 어떤 사람은 그 사실 그대로만 가지고 있습니다. 죽은 정보죠. 빅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실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뽑아내는 게 필요해요. 이 차이는 ‘맥락’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렸습니다.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도 맥락을 읽어내는 힘은 필수에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케이스 스터디가 학문에 이용되느냐, 실무에 이용되느냐에 따라 조사 기간, 범용성, 사명, 조사 체제가 다릅니다. 저도 논문을 쓸 때 증례보고 형식으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문에 이용한 경우죠. 이때는 학회 활동이 전제되기 때문에 공통 언어 사용을 통해서 다른 의사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확실한 결론을 내야하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논문을 써야하죠.
그러나 이 케이스를 후배들이나 동료들에게 가르칠 때는 다릅니다. 저희 스터디원들끼리 통하는 언어면 충분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보다 지금 저와 비슷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기만 하면 됩니다. 특정 입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니까 우리 병원에서만 적용 가능하면 되지요.
한의학과 의학의 차이가 여기서 크게 갈려진다고 봅니다. 한의학이 실무에 해당하고, 의학이 학문에 가깝죠. 한의학이 도제식 교육으로 한의사들끼리도 용어 통일이 힘든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의사들도 깊은 단계까지 들어가면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자신만의 방법을 실무적으로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방광암 전문의도 “슈~욱 하고 손목으로 낚아채는 느낌으로 암세포를 빨아들입니다”라는 식으로 얘길 했죠. 전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케이스 스터디가 실무적으로 사용되어서 그래요.
케이스 스터디는 현대 경영에서 아주 중시하는 스토리텔링을 타고났습니다. 그냥 공부를 하거나 대중에게 알리는 방법은 감동을 주지 않죠. 스토리를 덧입혀야 하는데 케이스 스터디는 저절로 그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기서도 맥락을 잘 잡아야 스토리가 감동을 줍니다.
책의 끝부분에 ‘비즈니스 실무가가 평소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조사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했습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블랙 스완을 무시하고, 통계상 0.1%에 해당하는 자료를 발견하면 애써 무시해버리는 오류를 일으키곤 합니다. 저자는 이를 막을 방법으로 이 책을 썼네요. 굳이 이 책을 실무냐, 학술이냐로 나눈다면 학술에 더 해당합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을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