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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 -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의 진실
명승권 지음 / 왕의서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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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타민제 먼저 끊으셔야겠습니다 - 명승권
“내가 무릎이 안 좋아. 시장에 가서 닭발이랑 곰장어, 우슬, 감초, 당귀, 동충하초, 가시오가피를 넣어서 달여 먹고 있어”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는 약은 다 넣으셨나봐요.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죠.
백수오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주가 시장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정도였다죠. 백하수오를 줄여서 백수오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박주가리과 은조롱을 말합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 회사에서 이엽우피소라고 하는 독성이 있는 물질을 넣어서, 티비까지 출연해가며 팔았습니다. 물론 저는 은조롱을 쓰는지라 담당 제약회사에 전화를 해서 성명서와 소견서 팩스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백수오는 은조롱으로, 이엽우피소가 아니다’라는 내용이죠.
티비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위, 과장 등이 티비 전파만 타면 진실로 둔갑합니다. 예전부터 방송은 20%만 믿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보가 잘못 전달되기 쉽습니다. 백수오는 보간신, 강근골 약제입니다. 쇼닥터의 문제인지 자본주의와 매스미디어의 잘못된 만남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샌가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 약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여성 갱년기 증상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지만 이 약제의 원래 효능은 여성에게 국한되지 않아요. 백수오 사태의 더 큰 문제는 약의 오남용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죠.
백화점 1층이나 마트 식품관에도 건강기능식품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누가 저런 걸 사먹는지 궁금했죠. 알고 보니 ‘선물’ 고르기를 힘들어하는 자녀들이 부모님께 그냥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피아노 모임에서 알게 된 동생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어떻게 지내는지 식사를 같이 하면서 근황을 물었죠.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데 알고 봤더니 다단계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장질환에 이 식품보다 좋은 게 없고, 미국 대통령 주치의가 권하는 제품이라며 저에게 선전을 하더라구요. 그 동생은 건축업을 하던 친구여서 의학적 상식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봤죠. 역시나 다단계 회사에서 배운 내용을 되풀이해서 말할 뿐 그 이상의 깊이 있는 내용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비타민C도 오남용을 부르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입니다. 2000년 12월, 유명 의대 교수가 출연해서 비타민C 찬양을 했죠. 때문에 비타민이 우리 일상생활에 친숙해졌습니다. 하루 1,000mg 이상 비타민C 보충제를 먹어봐야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어 버립니다. 15년 4월 20일에는 “필요 이상으로 영양 보충제를 먹는 사람의 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오메가-3, 글루코사민, 칼슘 보충제, 프로바이오틱스, 홍삼 등 문제 거리는 많습니다. 이 중 홍삼이 특히 문제입니다. 홍삼은 ‘참의료실천 연합’에서 그 부작용을 언급하기도 했죠.
한의학에서는 ‘중용(中庸)’을 강조합니다.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풍족한 것 둘 다 문제로 봅니다. 몸 상태와 증상에 잘 맞는 처방을 적절히 잘 사용하는 지혜를 길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