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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극한의 상황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
엘리슨 레빈 지음, 장정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 앨리슨 레빈
‘산악 그랜드 슬램’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랜드 슬램이라고 하면 그 분야에서 굵직한 타이틀을 다 획득한 것을 말하죠. 산악 부문에서는 히말리야 14좌, 세계 7대륙 최고봉, 지구 3극점을 모두 완등하는 것을 말한답니다. 3극점은 남극점‧북극점‧에베레스트를 뜻하죠. 다른 곳은 몰라도 이 3극점만 들어봐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고 박영석씨가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몸으로 이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사람이 있답니다. 바로 이 책을 쓴 ‘앨리슨 레빈’이에요. 이런 사람이 ‘내가 정상에서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면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평생 3극점에 가볼 일이 없을 것 같거든요. 제목처럼 정상에서 본 것을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2002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불과 100여 미터 남겨두고 하산해야 했던 상황, 최초의 미국 여성 에베레스트 등반대 대장으로서의 활약, 마침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소감 등을 알려줍니다. 그런 등반 과정 중의 에피소드와 리더십, 비즈니스, 인생관을 재미있게 썼습니다.
저자의 성격이 아주 유쾌합니다. 글의 곳곳에 그런 유쾌함이 묻어나요. 예를 들어 보면, 산을 올라갈 때 위험한 상황을 미리 연습 해둔답니다. 그런데 그 연습이라는 것이 실전을 방불케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고되죠. 앨리슨 레빈도 잔꾀를 써서 연습에서 빠지고 싶어하는데 마침 고환을 다쳐서 연습을 못하는 남자 대원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여자인 앨리슨 레빈도 “저도 고환을 다쳐서 연습을 못하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답니다. 춥디 추운 에베레스트의 극한 상황에서 저런 농담을 했다 생각하니 그냥 빙그레 웃겨 되네요.
우리도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뽑은 적이 많습니다. 그럴 때 누가 과연 적합한 팀원인지 잘 가려내야하죠. 극한 상황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앨리슨 레빈에게 조언을 구해봅니다. 답인즉, 경험, 전문성 그리고 ‘에고’가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답니다. 여기서 에고는 자기 자신만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의 실력이 좋고 그 사실을 본인 스스로도 아는 사람이랍니다. 겸손이 미덕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정작 본인은 실력이 없는데 실력이 좋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이 지원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는 전제가 중요하네요. 그리고 ‘팀 에고’라고 해서 팀의 일원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자부심을 느낄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저의 숙제죠.
이 책의 후반부에 저에게 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신조는 무엇입니까?’ 여기서 말하는 신조는 내가 인생에서 구현하고 싶은 리더십의 기본 강령입니다. 앨리슨 레빈의 신조는 ‘나에게 기대라’에요. 너무 힘들고 지치는 팀원이 있을 때 앨리슨 레빈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서평을 쓰면서 제 신조를 만들고 지우고 다른 사람들의 신조를 찾아봅니다. ‘기다리고 있겠다’, ‘응원한다’, ‘내가 앞장서마’, ‘같이 잘하자’ 등등 많은 신조 후보들이 쏟아집니다.
책의 내용이 유머러스한 헐리우드 산악 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교훈을 줍니다. 특히 ‘신조’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