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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2 - 자유롭고 행복한 글쓰기란 무엇일까 ㅣ 한국어 글쓰기 강좌 2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9월
평점 :
고종석의 문장 - 고종석
글쓰기 강좌 책 중에서 참 독특한 형식입니다. 강의를 직접 그대로 옮긴 듯 합니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많은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기도 합니다. 책에서 이렇게 실명을 거론하면서 깎아내리는 경우도 처음 봤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필가, 소설가, 정치인, 대통령 다 도마 위에 올려서 평가합니다. 이것도 비공개 형식의 강의니까 가능했겠죠.
고종석의 글쓰기 강좌가 6회에 걸쳐서 있었나봐요. 그래서 그 강의의 내용을 요약해서 책으로 만들었나봅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구별짓기와 차이 지우기, 전략적 글쓰기, 외래어 표기법, 수사법, 저자와의 대화 이렇게 6번의 강의입니다. 이 책을 한 번 읽었다 해서 글쓰기가 안개가 걷히듯 뭔가 쉬워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겠어요. 6번의 강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런 내용을 안다 해서 글이 잘 써지지는 않겠죠. 다만 책 내용을 보면 수강생들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막힘없이 답변을 해줍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겠다 합니다. 힘들고 철학적인 질문도 단순화해서 눈높이에 맞게 알려줍니다.
저자가 쓴 에세이 『자유의 무늬』를 실전 연습용으로 퇴고를 해봅니다. 자기 자신의 글에 ‘이런 식으로 고치면 좋겠다’, ‘그때는 그렇게 썼지만 지금 보니 아주 어색하다’, ‘명백한 비문이다. 당연히 고쳐 써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접미사 ‘-적’, 관형격 조사 ‘-의’를 빼라고 합니다. 글을 줄여보고, 접속사를 줄여보고, 보조사를 줄여봅니다. 그리고 줄인 문장이 군더더기 가득한 문장보다 뜻이 잘 통하면 과감하게 뺍니다.
저자는 지식이 아주 풍부합니다. 『자유의 무늬』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관심사가 아주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제가 보기에는 모르는 것이 없어요. 문학, 역사, 정치, 경제, 예술, 과학 등 평소의 독서량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이 책의 이러한 특징들을 모아보면 다른 글쓰기 책들과는 이러한 점들이 다릅니다. 첫째, 편안합니다. 그냥 술자리에서 아는 형님께 “글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해요?”라고 질문했을 때 “그건 말이야..”로 시작하면서 해주는 이야기처럼 안정감을 줍니다. “띄워쓰기 너무 헷갈려요”라고 말하면 “그거? 원래 어려워. 워낙 법칙을 자주 바꾸기도 하고 예외도 많거든. 그냥 직관에 따라 쓰면 돼” 하는 식입니다. 둘째, 좋은 글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썼을 때에도 고심해서 고른 단어와 문장들일텐데, 더 나은 방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셋째, 다문, 다독, 다상량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듣고, 읽고, 생각하는 분야는 서로의 관심사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런데 그 분야가 상당히 넓고 깊어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파고 들겠죠.
지금까지 읽은 글쓰기 책과는 많이 다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의외로 남는 것이 많겠어요.
-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 말들은 저마다 자기의 풍경을 갖고 있다.
- 접미사 ‘-적’, 관형격 조사 ‘-의’를 빼라.
- 시인이 산문가보다 언어감각이 한결 예민하고 섬세하다. 시는 일차적으로 리듬의 예술이다.
-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봐라.
- ‘그리고’를 빼면 두 문장 사이에 긴장감이 생긴다. 특히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 문장은 짧고 간결한 문장을 나열하는 것이 좋다.
- 접속부사를 문장 앞에 자꾸 붙이면 글이 늘어져 보인다.
- 늘 쉬운 말만 쓰다보면 어휘는 영원히 늘지 않는다. 글을 잘 쓰려면 어휘를 늘려야 한다.
- ‘비롯한’ 대신에 ‘포함한’을 써라. 정말 나로 인해서 비롯되었다는 확신이 있다면 써도 되지만 낯간지러운 표현이다.
- 쓸데없는 보조사는 빼자.
뮤지션인 것과는 -> 뮤지션인 것과
- 과시효과 : 한 사람의 소비지출 크기가 그 개인의 절대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기보다, 자기 주변 사람들의 소비, 또는 예전에 자기가 잘살았던 때의 소득에 더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 스타일만 가지고는 마음의 천박함을 숨길 수 없다. 그러니 기품 있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제일 좋고, 그렇지 못하다면 그 천박함을 절대 글에서는 드러내지 마라. 글이 곧 사람이라는 격언은 틀린 말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그 글로 사람을 판단한다.
- 똑같은 음절이 반복되면 읽을 때 뭔가 거슬린다. 그래서 뺀다.
- 는/은, 이/가. 반복되지 않도록 바꿔가며 써라.
- 문장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 하지 말자.
- 강조를 위한 부사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이 사람은 냉철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흥분된 상태가 아니라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글을 쓰는구나’라고 느낀다.
- 가르랑말, 으르렁말이 많이 들어간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그러나 전략적 글쓰기에서는 핵심이다.
- 띄어쓰기는 직관에 따라라.
- ‘들’은 되도록 안 쓰는 게 좋고, 특히 복수라는 게 다른 곳에서 명시돼 있을 경우에는 빼는 것이 깔끔.
- 외국어 표기법은 정부안을 따르자. 원음주의를 따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 글쓰기는 결국 논리학과 수사학으로 이뤄진다.
- 유사성에 기초하면 은유, 인접성에 기초하면 환유
- 사전을 자주 들춰봐라. 처음 들어보는 표현도 많이 나온다. 그걸 익히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 다른 사람들이 그런 관용표현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 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1. 직·간접 경험, 에피소드 지식
2. 국어사전에서 실마리
- ‘것’을 반복하기보다는 ‘점’으로 바꾼다.
- 노트르담 성당은 세계에 아마 수백 군데 있을 것. 그래서 어느 지역인지 알려줘야 한다. 노트르담은 마리아를 의미한다.
- 걷다가 무슨 생각이 탁 떠오르면 그걸 메모해둬라. 세상 도처에 있는 것이 글감이다.
- 글쟁이를 단어의 채집가라고 표현했다. 최일남
- 짧은 글을 하나 쓰더라도 한 문장 정도는 약간의 수사법을 동원해서 독자들이 인상 깊게 그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 처음부터 스타일링을 확립할 수는 없다. 남의 글을 모방하고 베끼다보면 형성된다. 여기서도 메모가 필요.
-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수사학적으로 세련된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