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네 반 선생님은 절대로 매를 들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다만 준비물을 못 챙겨 왔을 때, 공부 시간에 떠들었을 때, 욕했을 때, 싸웠을 때, 숙제 안 해 왔을 때, 복도에서 뛰었을 때에는 나쁜 어린이 표를 받게 됩니다. 물론 착한 어린이 표도 있어요. 나쁜 어린이 표를 세 장 받으면 수업이 끝나도 다섯 시까지 집에 갈 수 없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잘 통솔하려 만든 거 같은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반 아이들이 모두 볼 수 있게 반 게시판에 어린이표를 붙여 아이들을 '나쁘다'와 '착하다'라는 기준으로 나눈다는 자체가 위험해 보이네요. 준비물을 못 챙겨 오거나 공부 시간에 떠드는 게 나쁜 행동이라니! 물론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나쁘다라고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주는 거 자체가 제 생각엔 나빠보여요. 그리고 책을 읽어보시면 나쁘다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선생님 마음이라는 게 더 나쁩니다.
건우는 친구와 청소하며 놀다가 넘어져 창가에 있는 난초 화분을 박살 내 버렸어요. 뒤에서 누가 확 달려들어 넘어진 거 같아 그리 말했는데 선생님은 자기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려는 건 나쁜 행동이라며 처음으로 나쁜 어린이 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창의 체험 활동 시간에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늦게 들어왔는데 늦게 왔다고 나쁜 어린이 표를 두 장이나 줍니다. 그래서 나쁜 어린이 표 세 장이 되어 꼼짝없이 학교에 다섯시까지 남아 청소하고, 수학 문제를 서른 개나 풀어야 했습니다. 건우는 다음 부터는 착한 어린이 표를 받으려 노력하자고 다짐해 보지만 자신은 없었어요.
그러 던 어느 날, 건우는 남자화장실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욕을 했는데 그걸 선생님이 어찌 아시고 나쁜 어린이표를 또 받았어요. 나쁜 어린이 표 세 장 받은 것에 하나 추가해서 네 장이 되었지요. 학교에 다섯시까지 남아 청소하고 수학도 풀었으니 세 장은 없애야 맞는 게 아닌가요? 거기에 또 붙여 네 장이라니! 아이가 얼마나 의기소침해질까요? '난 노력해도 안돼'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될까봐 저는 그게 무섭네요. 그저 이야기인데 제가 흥분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