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
류다영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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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을 키우며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남매를 키우다보니 신체구조가 달라 가끔 민망할 때가 있다. 여자애인데 목욕 후 옷도 안 입고 오빠에게 엉덩이를 보여 주면, 오빠는 자기 몸과 다르기에 또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그게 난 민망해서 얼른 옷을 입히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왜 오빠는 음경이 있고, 자기는 없냐며 나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거냐고 물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키긴 해야겠는데 나조차도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참 난감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지 성교육은 감이 오지 않았다.


이 책은 실제사례들과 저자의 경험들을 엮어 성교육을 어색하고 불편해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냥 일상에서 평소처럼 성교육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성교육이라 하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한 게 아니라 일상이 성이라고 말하며 포괄적 성교육에 대해서도 말한다.


포괄적 성교육은 무엇인가?

포괄적 성교육이 다루는 주제는 관계, 가치, 권리, 문화, 성, 젠더 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동, 성과 재생산 건강에 관한 내용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포괄적 성교육은 이렇게 삶의 전반에 관해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교육과 성폭력에 관한 내용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나와 타인,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여 서로가 행복한 삶을 사는 성인이 되려면 이러한 성교육은 많이 받을수록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성교육의 범위를 너무 좁게만 생각하고, 아직도 성은 부끄럽고, 쉬쉬해야만 하는 비밀같은 것으로 치부하고, 그보다 수학이나 영어, 국어 같은 과목들만을 더 중요하게 보는 우리 대부분의 인식이 참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학부모 대상으로도 이런 성교육이 이루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조차 성에 열려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인식이 변해야 아이도 교육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살면서 제일 힘든 게 인간관계이다. 나와 타인의 경계를 바로 세우는 것은 성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독일처럼 성교육과 비판교육을 중요시한다면 나와 사회를 제대로 직시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월경을 처음 한 아이도, 월경을 매월 하는 어른도 월경은 참 적응이 안된다. 월경을 할 때는 예민해진다. 혹시나 샐까봐 옷을 하나 더 챙기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월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자라면 당연히 하는 월경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라고 말이다.


뉴스에서 아프리카 케냐의 여성 정치인이 빨간 생리혈이 묻은 흰 바지를 입고 의회에 출석하는 사진을 보고 굉장히 인상 깊었던 적이 있었다. 그 사진을 보고 '왜 나는 빨간 생리혈이 옷에 묻으면 부끄러워 할까? 당연히 달마다 하는 월경인데 월경을 더럽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일까?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가졌던 걸까?' 란 생각이 들었었다.


월경은 당연한 것이다.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월경으로 피가 옷에 묻으면 부끄럽고 수치심이 들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참 쉽지 않은데 아프리카의 그 여성정치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위에 있는 말들을 사용한 적이 있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


이 말들은 모두 가스라이팅이다. 넌 너무 예민해, 다 너를 위해서야, 넌 착한 아이야, 내가 하라고 안해서 이렇게 된 거 잖아.....


이 말들은 실제로 나도 들었고, 아이들에게도 했던 말이다. 말은 안 했지만 행동으로도 이런 말을 한 적도 많다. 이 말을 보는데 너무나 충격이었다. 나 또한 어릴 때 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고자 노력했어서 아이들에게는 착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야 착하지~~"라는 어머님 말씀을 들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 <울면 안돼> 란 노래도 착한 아이들만 선물을 준다는 어른들이 만든 가스라이팅이 아닌가? 아이들 그 자체로 사랑하면 될텐데 부모가 아이들이 '말을 잘 들었으면' 하며 아이에게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이 아이를 범죄의 사각지대에 내몰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부모의 말과 행동, 눈빛, 표정에 굉장한 책임감이 든다.


이 책은 다른 성교육책처럼 "이럴땐 이렇게 하세요" 라고 지침을 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픈 부모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아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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