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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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작년에 읽으며 영주같은 삶을 꿈꾸는 나를 발견하였다.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지만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고, 아마도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걸 알게되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뭔가 내 사업을 하는 것, 그게 서점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책을 통해 느껴보았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인기 있는 것은 현실을 도피하고 자연에서 살고픈 사람들의 바람 때문에 인기가 있을 것이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는 영주라는 인물로 소설을 보여주었는데 진짜 작가의 일상은 어떤 일상이며, 황보름 작가는 누구인지 이 책을 통해 들어보고 싶었다.

표지를 보면 떨어지는 나뭇잎을 들고, 뒷짐을 지고, 산책하는 여인이 보인다. 아마도 작가의 일상이겠지? 나뭇잎을 든 손과 뒷짐을 지고 산책하는 그녀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실제로 황보름 작가는 산책을 즐겨한다고 한다. 엄마, 아빠와 살다가, 언니집에 얹혀 살다가 처음으로 독립한 작가님, 작가님은 독립을 함으로써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게 되었다.






작가님은 어렸을 때부터 독립을 꿈꾸었는데 마흔에 이르러서야 독립을 하였다고 한다. 나 또한 사춘기 시절부터 독립을 꿈꾸었었는데 작가님 말처럼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자유를 꿈꿨던 거 같다.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독립 아닌 독립을 했을 때 나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나는 그 시절을 추억하며 현재 내가 만든 분위기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다가 잘 수 있다는 소소하면서도 커다란 만족을 느끼는 작가님이 너무나 부러웠다. 물론 아이들이 있기에 행복하지만 아이들의 욕구와 나의 욕구가 부딪힐 때마다 느끼는 화는 뭐 하나 내 마음대로 못해서 생기는 거 같다. 잠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잘 때는 자괴감이 든다. 😭



이야기를 보고 읽는다는 건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따라가며 그들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p.87


작가님이 북토크를 하다보면 어떻게 소설을 썼는지 묻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처음 소설을 쓰면서 소설을 쓴다기보다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작가님 말마따나 소설을 읽다보면 그 사람의 삶을 따라가며 그 사람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이 된다. 머릿속으로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군.'이라 생각하며 그 흐름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게 된다. 소설을 한 권 읽으면 허구이지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는 거 같아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사람의 인생을 소설을 통해 쭉 돌아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게 소설의 매력인 거 같다.






1년에도 몇권씩 척척 책을 내는 작가들은 어떻게 컨셉을 잡고 책을 쓰는지 궁금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그렇게 빨리 샘솟을리 없는데 어떻게 그들은 책을 그리도 빨리빨리 내는가? 그리고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 매번 글의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 궁금했었다. 황보름 작가는 글을 쓰며, 글 쓰는 삶엔 흐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쓰려고 마음 먹는다고 해서 글이 뚝딱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내 몸과 마음이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 글쓰기의 흐름 속으로 부드럽게 밀어넣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두르지도 쉬지도 않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며 글쓰기 흐름을 기다리는 작가님이었다. 어떤 압박도 느껴지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 그 상태가 글쓰기를 할 때라고 말한다.






작가님이 독립한 후 어느 날, 지인에게서 외롭지 않냐고 더 나이들어서 외로울 게 걱정되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보통 혼자 살면 외로울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어떻게든 누군가와 연결시켜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 있는 걸 외로워 해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 어울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다고 해서 외로움이 다 채워지지는 않는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 함께 있는 것보다 나와 노는 게 더 즐거웠던 거 같다.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나라는 사람은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좋지만 집에 오면 이상하게 힘이 빠진다. 혼자 쉴 때 충전이 되는 타입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전혀 외롭지 않다. 내가 이상한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겐 '나'라는 친구가 있어서 외로움을 모르겠다. 오히려 사람 많은 곳에서 이야기의 흐름에 끼지 못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해야 할까? 혼자 생각하고, 혼자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는 충전하는 시간이다.






작가님의 아빠와 친구분들은 평생을 일만 하다가 일을 하지 않으니 넘쳐나는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울하다고 하셨다고 한다. 혼자가 된 시간에 익숙치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쓸모없게 느껴질수도 있다. '쉬고 싶다'는 마음은 평생 바라던 소원이었을텐데 막상 혼자 쉬려니 어색한 것이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노력하라고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쉼'이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회는 일사분란하게 뭔가를 계속 하게 만들었다. 마음을 바쁘게 만들어야만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쉼'

없이 삶을 살아야만 하는가? 어릴 때 학교에서라도 '잘 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노는 법도 모르고 열심히 노오력만 하라고 하니 정신의 쉼이 없어 번아웃도 오고, 우울증도 오는 게 아닐까 싶다.

황보름 작가의 에세이를 보며 나를 돌아보았다. 황보름 작가의 단순한 일상, 그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다. 나 또한 나의 일상을 사랑해보자고 다짐하게되는 책이었다. 나의 에너지와 몸과 마음이 호응하여 만들어낸 일상이란 표현이 마음에 와닿는다. 나 또한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상을 일구어나가고 싶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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