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입니다.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그는 웅변을 잘해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나 자칭 웅변가라 생각한 칼리굴라의 질투를 받고, 사형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간신히 벌금형을 받기도 하고, 클라우디스 황제의 세번째 부인 메살리나에 의해 칼리굴라의 여동생 율리아와 간통한 상대자로 지목되어 8년을 유배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네로황제의 엄마인 소아그리피나에 의해 네로황제의 스승으로 다시 정계에 진출하게 됩니다. 네로황제를 도와 세네카와 근위군단 장교 부루스는 함께 네로 황제 초기 5년 동안 행정을 잘 다스렸으나 네로황제가 의붓동생인 브리타니쿠스를 죽이고, 어머니인 소아그리피나를 죽임으로써 폭군으로 변하는 네로 황제에게 실망하여 부루스의 죽음을 계기로 정계를 은퇴하였으나 네로황제의 의심으로 끝내 자결을 명 받고 자살하며 끔찍하게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세네카는 철학자였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많은 어마어마한 재산과 부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당시에도 세네카를 향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 싶습니다. 철학자인데 어마어마한 부를 가지고 있었으니 얼마나 시기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았을까요? 게다가 그 돈은 네로황제를 도와 행정을 주무르던 5 년의 시기에 고리대금업과 비슷한 것들을 행해 어마어마한 부를 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글들을 읽어보면 그에 대한 변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세네카가 살던 당시에도 철학자이며 웅변가였던 세네카였지만 평소의 언행과 다른 실생활의 모순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거 같아요. 세네카의 굴곡진 인생을 살펴보면 세네카가 타고난 능력들이 출중했기에(아니면 말과 행동이 모순되기에) 황제들도 그를 싫어했고, 그를 수시로 음모에 빠뜨린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가 정치에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르니, 그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일단 역사에 맡겨두겠습니다.
이 책은 그가 남긴 열두 편의 에세이 중 세 편인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행복한 삶에 관하여》,《마음의 평온에 관하여》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글의 순서와 내용은 그대로 가져왔으며 긴 글을 출판사 편집부에서 짧은 호흡으로 나누고 제목을 달았다고 해요. 세네카는 로마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많은 음모로 모진 고난을 겪고, 미쳐가는 네로 황제의 곁에서 폭군을 선도하려는 이상과 폭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부단히 갈등하였을 거 같아요. 늘 어려운 부침을 겪고, 불안에 떨며 주어진 짧은 생을 잘 살아갈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했던 거 같아요. 학창 시절 윤리 시간에는 스토아 학파와 에피쿠로스 학파는 금욕과 쾌락주의로 반대 개념이라고만 배우고 외웠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세네카는 스토아학파임에도 불구하고 에피쿠로스 학파에도 호의적으로 대해요. 어떤 학문이든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고 열린 사고로 받아들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되는 학문이라도 좋은 점은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돋보입니다.
명언집을 보면 꼭 나오는 세네카, 세네카의 말들은 어떻게 2000년전에 씌였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봐도 와닿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은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고민이기에 더 깊이 와 닿는 거 같아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운명과 신분에 의해 살아야만 했던 옛날과 다르게 현대사회는 철저한 개인으로서 살아야 하기에 이런 고민에 대한 답들이 더 가슴을 후비는 느낌입니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는 너의 인생은 얼마나 짧은지,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 보낸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살고 죽는 법은 생각해봤는지 저에게 묻고 있는 거 같았어요. 지금 현재 너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 아냐고 묻는 거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