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하는 미술관 - 내 삶을 어루만져준 12인의 예술가
송정희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

#매혹하는 미술관



강렬한 빨간 표지로 마음을 홀리게 만드는 책. 이 책을 지은 저자님은 비록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제주 출신 화가 변시지의 그림에 반해 그의 작품집을 발간하고 전시를 기획한 것을 시작으로, 제주돌문화공원 내 갤러리 '공간누보'를 운영하며 전시 및 미술 강의를 꾸준히 기획ㆍ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사랑에 빠지면 그것만 보이는데 저자님 또한 그랬나봅니다. 저자님이 여성이어서인지 저자님께 많은 위로를 건네준 작가들을 꼽다보니 모두 여성 미술가들로 책을 엮게 되었다고 해요. 저 또한 여성이어서인지 어릴때부터 이상하게 여성 작가가 쓴 책에 유독 더 관심이 가고 공감이 되더라고요. 저자님 또한 전혀 몰랐던 미술을 사랑하게 되며 전혀 모르는 낯선 세계에서 일할 때에 모든게 처음이라 막막했을거 같아요. 현실이 그러니 여성화가로서 남성 중심의 현실과 시대의 벽을 어떻게 예술을 통해 넘어섰는지를 통해 저자님은 많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을 거에요. 이 책에 소개된 12명의 여성화가는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판위량,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입니다.





저는 그 중에 조지아 오키프, 천경자, 수잔 발라동,판위량, 카미유 클로델,프리다 칼로,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인상적이었어요. 원래도 관심있는 여성 예술가였는데 이 책에서는 여성으로서의 현실의 벽과 사람들의 비아냥과 천대, 무시,조롱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그 시대를 살아남았는지를 알게 되었고, 지금 다시 그들이 조명받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조지아 오키프나 천경자는 생전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그림도 잘 팔렸지만 대부분의 여성화가들은 생전에는 남편 혹은 남자의 빛에 가려 그늘에서만 존재했었지요. 세상이 그녀들을 창부나 요부 등으로 깎아내리고 오해와 편견의 중심에 서 있었고 수많은 염문을 흘릴때마다 여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욕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녀들의 그림들이 이제라도 다시 빛을 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고 했던 나태주님의 시처럼 크게 보아야 예쁘다며 꽃을 크게 그린 조지아 오키프, 징그럽고 무서운 꿈틀거리는 뱀을 그린 <생태> 라는 작품으로 27살 에 큰 화제가 되었던 천경자, 여성은 아름답게 보여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아름답지 않을 권리를 그림으로 말한 수잔 발라동, 비범함과 천재적인 예술성을 가졌으나 로댕의 아류작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스승이었던 로댕과의 관계로 힘들어했으며 30년을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조각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살아야만 했던 안타까운 카미유 클로델, '기녀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녀 평생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디아스포라 예술가로 살아간 판위량 등 그 당시 여성으로서 당해야 했던 여러가지 편견들과 세간의 말들에 반하며 살아가야했던 그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온갖 어려움을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혼자 짊어졌을 고통과 무게가 저는 상상이 안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화가들의 내밀한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림과 행위, 조각,판화를 통해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무엇인가에 의해 억압받고 핍박 받을수록 인간은 자유를 원합니다. 남성들에 의해 사회의 편견에 맞서 자유를 외치는 그녀들, 사회를 바꾸고자했던 그녀들의 열정이 그림, 조각, 행위, 판화를 통해 드러납니다.





몸으로 두려움을 마주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지금 봐도 기이하고 도발적이며 충격적인 행위예술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 1974년 <리듬 0> 퍼포먼스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연상케 해요. 왜 인간은 상대가 나보다 약하다고 여겨질 때 더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일까요? 요즘 갑질이 사회적이슈로 많이 떠오르는데 이 퍼포먼스가 갑질의 이유를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잘 설명해줍니다. 이 퍼포먼스를 하며 그녀는 "멈추지 않으면 이대로 난 죽겠구나 싶었다" 라고 회고했다고 해요. 이렇게 목숨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퍼포먼스를 감당한 그녀가 대단해보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퍼포먼스들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하게 합니다.


12인 여성 예술가의 개인사와 그녀들의 작품에 드러난 그녀들의 생각들을 읽는 시간. 그림을 봐도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이 잘 안내해 줄 것입니다. 저는 그녀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어서 더욱 좋았어요.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