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다 안다는 착각> 에서 프로이트 이론을 확장한 카렌 호나이의 책을 읽어보았고,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에서 융심리학으로 다시 쓴 어린 왕자를 읽어보았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들게 된 책.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심리학은 내게 무엇을 이야기 해줄까? 라는 기대로 읽어보았다.


융심리학을 모티브로 쓴 책 두 권은 이제 보니 제목도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부제도 비슷하다. <내 마음도 모른 채 어른이 되었다>의 부제는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순간 삶이 시작된다"이며 서른과 마흔을 중심으로 책을 썼으며,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의 부제는 "지금까지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았는가"이며 중간항로를 마흔을 기점으로 잡고 있다.


저자는 10여 년 동안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면서 만난 내담자 대부분이 중간항로를 통과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간항로는 마흔의 위기, 중년의 위기를 겪는 시기이며,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과 맡아온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설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중간항로는 고통스럽지만 '자기감sense of self' 을 바꿀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선사한다고 한다.


부모, 사회, 문화가 물려준 성격으로 잠정 인격이 만들어짐을 이야기하고, 극단적인 의식의 충격을 겪으면서 중간항로를 깨닫는다고 한다.


나는 누구이며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p.37


주술적 사고는 유년기의 특징으로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아이의 '자기애narcissism' 를 나타내며, 사춘기 때는 주술적 사고에 역풍을 맞지만 여전히 우리는 거창한 미지의 목표를 성취할 것이라 상상하고 추정하는 '영웅적 사고'를 보여준다.


중간항로의 특징은 '현실적 사고 realistic thinking '이다. 저자는 약 12세에서 40세까지의 기간을 1차 성인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첫 번째 정체성은 유년기, 두 번째 정체성은 사춘기, 세 번째 정체성은 2차 성인기이다. 네 번째 정체성은 유한성의 중심축은 '자기-신' 또는 '자기-우주' 이다.


자아가 부모의 실재 세계에 의존하다가 영적인 혼란과 자아의 불안정을 겪고,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았다는 배신감과 투사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공허감이 중년의 위기를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만 우리는 부모의 결정, 부모 콤플렉스, 문화적 조건을 넘어 진정한 개인으로 거듭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2차 성인기는 '잠정 정체성을 버리고 거짓된 자기를 죽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다.

2차 성인기는 장자의 <제물론편>의 오상아와 닮았다. 나는 나를 장례 지냈다. 나를 장례지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1차 성인기의 죽음과 함께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외부세계가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투사를 거둬 들이고, 한계와 불완전함을 느끼고, 유년기의 희망과 기대가 사라졌음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의미를 발견할 책임을 직접 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1차성인기는 지나가고 2차성인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신경증적이며 그것은 현실의 자신과 스스로 원하는 자신 사이의 괴리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신경증적인가? 이것을 알아차리면 온전한 인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대화를 통해 그림자를 직면하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신경증적 분열을 치유할 수 있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신경증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융은 이를 '개성화'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 운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한계 속에서 우리 모두가 온전한 자신이 되게 하는 개인 발달의 필수 요소이다.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의 총합이 아니다. 이렇게 되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이 문장을 늘 의식 속에 담아두고, 이제 '어떤 신화를 갖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면소통>을 쓴 김주환 교수의 표현으로 쓰자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살 것인가?'이다. 내 머릿속의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내 삶을 책임져줄 수 없기에 개성화를 이뤄 나 스스로 책임을 지고 홀로 서야함을 말한다.


이 상황에 놓인 나는 누구이며,

지금 나는 어떤 목소리를 듣는가?

라고 계속 질문해야 한다.

p.234


현실과 이상의 혼란으로부터 나 자신의 진실의 말에 귀기울이고 들어보려 노력하자.

그러면 우리가 따라가야 할 올바른 삶의 길 뿐 아니라 자신의 순수한 본성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더욱 잘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내가 고통스럽고, 뭔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것은 외부에서는 찾을 수 없는데 바깥에서만 뱅뱅 돌고 있었으며 남을 더 힘들 게 했다는 걸 깨달았다. 답은 내 안에 있는데 왜 남에게 투사하고 서운해하고 실망하고 고통스러워 했을까? 틈틈이 나에게 나의 기분은 어떤지, 나의 여러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더 행복할지 나의 내면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고통을 준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나를 내가 책임지며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