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내가 풀빛 그림 아이
장덕현 지음, 윤미숙 그림 / 풀빛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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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불의가 있을 때 침묵하지 않고 맞서 싸워본 적이 있나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부끄러운 학창시절이 떠올랐어요. 교실 안에 괴롭힘 당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는 아니라며 도와주지 못하고 침묵하고 방관했습니다.

학폭으로 마음 고생하다가 자살한 아이들을 뉴스에서 보면 학창시절 외면했던 제가 떠오릅니다. 학폭을 당했어도 누군가 침묵하지 않고 작은 용기를 내 도와주었더라면 자살할 친구는 없었을거에요. 성냥개비 하나는 약해서 잘 부러지지만 성냥개비를 모으면 부러지지 않듯이 혼자가 힘들다면 도움을 요청하고 서로 힘을 합해 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함께 했다면 그런 불행한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누구에게나 혼자 힘으로는 헤쳐나가기 힘든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거에요. 이 책은 작은 용기와 연대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모든 국민은 왕이 시키는 대로만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웃나라에서 피난 온 사람들, 발이 큰 사람들, 장애인들, 노인들 모두 왕 마음대로 내쫓아버립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었기에 잠자코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병사들이 문을 부수고 나를 잡으러 왔습니다. 나는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닫게 됩니다.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만약에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항의하고 그들을 위해 맞섰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장면에서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도와주지 못한 그 친구에게도 미안하고요. 권선징악이라고 해야할까요?

선을 베풀든 악을 베풀든 그것은 모두 나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불의를 보았을 때 내가 당했다는 심정으로 도와줄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있다면 외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렇게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었다면 위 그림처럼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방패막이가 되어 나를 지켜주지 않았을까요? 그림이 정말 절묘합니다.


이 책은 불의에 맞서지 못한다면 내 일 아니라고 방관하고 신경쓰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가 나에게도 온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독일의 목사 마르틴 니묄러의 <처음 그들이 왔을 때(first they came)>를 각색하여 쓴 글이에요. 마르틴 니묄러가 쓴 글은 나치가 특정한 집단을 차례로 제거했을 때 나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내용이에요.

그당시 히틀러는 우수한 게르만족을 위한 세계가 되어야 한다며 장애를 가진 사람과 유대인에 대한 증오 발언이 극심하였고, 결국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홀로코스트가 자행되었죠. 수백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되었을 때 침묵하고 있던 독일인들을 향해 외친 글. 이것은 이때만이 아니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동아시아만 해도 중국ㆍ일본ㆍ한국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극한 혐오 정서를 내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지요.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혐오와 반감 정서를 보낼게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 연대할 때 서로에게 더 큰 힘이 될텐데 안타깝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윤미숙 님은 볼로냐 라가치 상을 2번이나 받았고 이 그림을 위해 3년이나 작업을 하였다고 해요. 판화를 조각하여 인물의 큰 부분을 찍고 종이를 오려 옷을 표현하였다고 해요. 바탕 색과 그림들이 조화를 이뤄 머리에 잘 각인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쓴 장덕현님은 어린이에게 인권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 <혐오와 인권>,<질문하는 인권사전>을 쓰셨다고 해요. 지금도 인권을 쉽게 알려주기 위해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부모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매를 드는 게 당연했습니다. 매를 드는 이유도 숙제를 안 해오거나 문제를 못 풀었을 때 였습니다. 인성이 아닌 성적으로 아이들을 대했습니다. 머리나 복장 검사도 수시로 했어요. 그 당시는 왜 부모와 선생님은 매를 드는 게 당연하고 왜 학생은 맞아야 하는지, 벌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어요.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군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랑과 동생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창 시절엔 얼굴 뺨을 맞거나 엎드려 뻗쳐 자세로 엉덩이를 맞는 게 일상 다반사였고, 군인 시절엔 맞기도 하고 욕을 들으며 배웠다고 해요.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 잘 할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학생, 군인 모두 인권이 없는, 인권이 뭔지도 모르고 우리는 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학교가 군대도 아니고 지금은 군대도 그러면 안되지요. 지금 북한 사람들이 인권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는 범죄자도 인권이 있는 나라인데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인권에 대해, 불의에 대한 침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글은 짧으나 묵직한 글들이 아이들의 생각의 깊이를 더 깊게 해주는 책입니다.



마더스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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