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서평을 쓰고 있기에 제목에 눈이 갔다. 물론 나는 주로 출판사에 책을 제공 받아 쓰고 있고 서평보다는 독후감에 가깝지만 직업으로의 서평가는 어떻게 독서를 하며 서평을 쓰는지 궁금했다. 책을 받았을 때는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강렬한 이 그림은 무엇일까? 표지 및 본문에 여러 일러스트는 이빈소연이라는 분이 그렸다고 하는데 뭔가 강렬하면서도 혼란스러우며 알 수 없는 그림들에 눈이 저절로 가게 되었다.
서평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퓰리처상을 수상하였고, 무라카미 하루키, 수전 손택, 노먼 메일러 등 유명 작가를 향해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비평을 던져 '1인 가미카제'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이 책은 미치코 가쿠타니의 99개의 서평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치코 가쿠타니는 이 책서평들을 비평가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을 소개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런 문구가 반가웠다. 책을 좋아하며 책을 비평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선별한 책들은 어떤 책일까 궁금해진다.
나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서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하며 그가 쓴 99개의 서평들을 읽어보았다. 가끔은 한 인물에 관한 책을 모두 묶거나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럿 엮어서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같은 주제나 인물로 책을 여러권 읽다보면 지식을 통합적으로 접근하기 좋은데 미치코 가쿠타니 또한 그리 책을 읽는 듯 하다. 작가의 여러 글들을 읽다보니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어릴 때부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외모가 남들과 달라 일본인도 미국인도 아닌 느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인지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이방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읽은 책들이 많이 보였다. 흑인들의 이야기, 이란 사람들의 삶, 이민자 어머니, 아메리칸 원주민, 베트남에서 온 가족등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국외자에 관한 책에 끌렸음을 저자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정치와 권력에 관한 글들도 많이 보인다. 정치권력, 외교정책, 미국의 독립전쟁, 9ㆍ11과 테러와의 전쟁, 연설문, 전체주의, 민주주의의, 전제정치, 권력과 도덕 등 분열과 고립의 시대에 어떤 교훈을 받을 수 있는지,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미치코 가쿠타니가 소개한 책 중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생겼다. 호프 자런의 <랩걸>,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이다. 미치코 가쿠타니가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은 아직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았지만 또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져서 행복해졌다. 이 책을 읽거나 다시 읽도록 권유하려했던 미치코 가쿠타니에게 또 설득당했다. ^^ 이 책을 읽으며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재는 이런 책들이 꽂혀 있겠구나 싶었다. 문득 내 서재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으며 누군가에게 추천하고픈 책은 무엇인지 나 또한 선별해보고픈 충동이 생겼다.
글은 깔끔하였고, 소개한 책을 읽어보게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정치와 사회의 분열로 쪼개진 세계에서 책은 시간과 장소를 가로질러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여기여기 모여라! 라고 소리지를 때 모이게 하는 힘!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연결하고 모이고 연대하는 힘! 그것은 책에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에는 고전 ㆍ소설ㆍ회고록ㆍ정치ㆍ사회ㆍ문화, 연설문, 논픽션 등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서 짧지만 강한 소개글들을 읽다보면 더 깊게 읽어보고 싶고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