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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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계속 눈에 띄었다.

이 개는 홀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책.





책 뒷면까지 전체를 펼쳐보니

사람과 개가 길은 엇갈려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집중해서 보았다.

한번 읽어보고는 작가가 말하고픈 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와 인간의 공존일까?

내가 해석하기엔 난해하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며 약 만오천년전부터 개와 인간이 서로 적응하며 살아온 무수한 시간의 역사와 엇갈린 개와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무수한 시간에 걸쳐 다른 사람과 다른 개가 한 길에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들이 몇장에 걸쳐 나온다. 사람과 개 중 누군가가 먼저 죽은 거 같다.

다시 읽어보니 '너'는 개이고 '나'는 사람인 듯 하다. 너가 먼저 죽었다. 하지만 충성스럽게도 개는 주인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 모습이 백희나 작가의 <나는 개다>에서 나오는 주인이 집을 나가면 언젠가 올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안쓰러운 개 구슬이가 떠오른다.

언젠가는 주인이 올거라는 희망을 가지며 꿋꿋하게 기다리는 충성스러운 개.


<책은 도끼다>를 쓴 박웅현 작가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냐라는 질문에 개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개처럼 현재에 충실한 삶. 개와 아이들은 오늘만 사는 것 같다. 개와 아이들의 오늘만 사는 천진스러움과 낙관주의가 가끔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숀 탠이라는 작가 소개를 읽어보았다.

소개글 중에 애니메이션<월-E>와 <호튼>의 컨셉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월-E>를 보고 그때부터 우주선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는데 그 <월-E>의 컨셉 디자이너로도 일했다니 왠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숀 탠에 대한 여러 자료를 찾아보는 중 숀 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찾아냈다.


숀 탠은 이민자로 가득한 호주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중국계 말레이시아 이민 2세라고 하였다. 그의 유년 시절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에 '여기'라고 대답하면 "부모님은?"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나는 그림 속 개와 사람을 보며 왜 다른 곳을 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저자는 몇 장의 그림이 비슷한 구조로 길이나 강을 사이에 두고 개와 사람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을 계속 선보이고 있었다. 사람의 옷차림이나 생김새가 뭔가 무한한 시간동안 달라지는 사람을 나타내는 거 같았다. 나는 개와 사람이 등을 돌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뭔가 단절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의 다름을 나타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는 그제야 이해했다.



아~~~저자는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해 외로웠구나!



어릴 때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어 나중에 부모를 찾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았다. 그 사람들에게 왜 다시 부모를 찾으러 왔냐는 질문에 나의 뿌리,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고 하였다. 먼 외국에서 양부모에게 자랐지만 자신은 양부모와 생김새가 달랐기에 어릴 때부터 놀림과 따돌림을 받고, 스스로도 난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른지 정체성의 혼란이 오며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일 교포도 그렇다고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아니어서 정착하려고 한국에 왔지만 한국에서는 언어와 행동이 다르기에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 취급을 당했던 것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방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인간은 도대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숀 탠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 같다.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늘 다른 사람들은 숀 탠의 생김새를 보고 넌 어디 나라 사람이냐고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았겠지만 숀 탠은 그 질문이 굉장히 괴롭고 곤혹스러웠을 거 같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을 것이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



저자는 개와 사람이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다시 하나가 되어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미래에도 그렇게 함께 할 것이라는 따뜻한 희망을 준다.


그림과 글이 따로 배치되어 그림을 한참 쳐다보며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아이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그림과 텍스트를 곱씹으며 보고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개와 인간의 오래된 함께하는 관계.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다리는 개를 통해 늘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불안에 떨며 미래를 걱정하는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 위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너는 내 손을 잡아당기고

내 무릎 뒤쪽으로 코를 밀어 대며 언제나 그러듯이 큰 소리로 외친다.

'세상은 우리 거야!'

그리고 바로 그렇게

우리는 다시 걷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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