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무수한 시간에 걸쳐 다른 사람과 다른 개가 한 길에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들이 몇장에 걸쳐 나온다. 사람과 개 중 누군가가 먼저 죽은 거 같다.
다시 읽어보니 '너'는 개이고 '나'는 사람인 듯 하다. 너가 먼저 죽었다. 하지만 충성스럽게도 개는 주인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이 모습이 백희나 작가의 <나는 개다>에서 나오는 주인이 집을 나가면 언젠가 올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안쓰러운 개 구슬이가 떠오른다.
언젠가는 주인이 올거라는 희망을 가지며 꿋꿋하게 기다리는 충성스러운 개.
<책은 도끼다>를 쓴 박웅현 작가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냐라는 질문에 개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개처럼 현재에 충실한 삶. 개와 아이들은 오늘만 사는 것 같다. 개와 아이들의 오늘만 사는 천진스러움과 낙관주의가 가끔 부럽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숀 탠이라는 작가 소개를 읽어보았다.
소개글 중에 애니메이션<월-E>와 <호튼>의 컨셉 디자이너로 일한 바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월-E>를 보고 그때부터 우주선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했는데 그 <월-E>의 컨셉 디자이너로도 일했다니 왠지 친숙하게 느껴진다.
숀 탠에 대한 여러 자료를 찾아보는 중 숀 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찾아냈다.
숀 탠은 이민자로 가득한 호주의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중국계 말레이시아 이민 2세라고 하였다. 그의 유년 시절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에 '여기'라고 대답하면 "부모님은?"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나는 그림 속 개와 사람을 보며 왜 다른 곳을 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저자는 몇 장의 그림이 비슷한 구조로 길이나 강을 사이에 두고 개와 사람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을 계속 선보이고 있었다. 사람의 옷차림이나 생김새가 뭔가 무한한 시간동안 달라지는 사람을 나타내는 거 같았다. 나는 개와 사람이 등을 돌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뭔가 단절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의 다름을 나타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는 그제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