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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라는 방송에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는 책을 소개했던 생각이 났다. 책을 좋아해 그 프로그램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왜인지 박완서님의 책은 선뜻 찾아 보지 않았었다. 언젠가는 읽겠지 하며 넘어갔었다. 그렇게 박완서님의 책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상하다. 왜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난 왜 마음을 주지 않았을까? 이 책도 내 장바구니에 오래 있었지만 언젠가는 사서 읽을거야 라고 담아두고 사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나와는 인연이 없었던 ..애써 외면했던 책이 나에게 왔다.
이상하게 외면했던 박완서님의 책을 조심스럽게 읽어내려갔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어쩌면...어쩌면 이렇게도 솔직하게 썼을까?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되는 걸까?
너무나 솔직하게 씌여 있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박완서님의 책을 선뜻 반길 수가 없었던걸까?
이 책은 박완서님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생전에 쓰신 660 여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린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라고 한다.
너무나 솔직하게 씌여 있어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게 과연 맞나 싶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이든 사람이기에 드는 것이고 그것은 그 사람만의 감정이기에 옳다고 생각한다.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생각은 자유다. 하지만 너무나도 솔직하게 씌여 있어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은 인정한다.
길거리의 앉은뱅이 거지를 마주했을 때 드는 생각, 지하철에서 일장연설을 하며 한푼만 주시라고 돌리는 결혼사진을 보고 만 작가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드는 생각들, 어릴 적 개성으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자기를 보려고 20리를 개성역까지 음식을 바리바리해서 세 보따리를 이고 온 촌스러운 할머니가 창피했던 기억 등등이다.
그럼에도 평생을 써온 글이어서인지 그 솔직함이 좋다. 누구나 아무도 안 볼 일기에는 별 말을 다 쓰지만 작가가 혹시 누구라도 볼 걸 알텐데도 이렇게 평생을 일기처럼 에세이로 그때그때 드는 감정들을 글로 솔직하게 썼다는 것이 어떻게보면 용감하고 어떻게 보면 진실하다. 이것이 무에 나쁜 일인 것일까?
솔직함 속에 담담하게 평소의 작가의 생각들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이런 것들을 하면 어떨까 하고 인생의 조언들을 전해주기도 한다.
"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이런 마음으로 늘 솔직하게 쓰려고 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는 박완서작가님을 대작가라고 칭송하지만 박완서 작가는 늘 재능 부족이라며 매일 습작을 하였다고 고백한다. 어름어름 작가인 척하고 살았다는 고백.
사실은 겸손하면서도 희망을 주는 따뜻한 작가였다.
이제 이 책을 발판 삼아 이 작가가 쓴 다른 책들도 하나하나 읽으며 그 시대를 읽고 경험해보고 미래는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