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말들 - 각자의 역사를 거쳐 가슴에 콕 박힌 서툴지만 마땅한 마음의 낱말들
박혜연 지음 / 아몬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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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맺힌 말들이라 아마도  개인이 주로 쓰는 말을 중심으로 그 사람의 심리를 풀어내는 책인줄 알았다. 개인마다 주로 하는 말들이 있을 것이기에 어떤 말들을 주로 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 분석하는 책일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다 읽어보니 겉으로 드러내는 말보다 마음에 맺힌 어떤 말들을 찾고 그것을 간파하고 공감하며 상담하며 느꼈던 생각들을 풀어내는 책이었다.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란 참 어려워서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그만큼 알기 어려운 사람의 속마음을  내가 만약 저자에게 상담을 한다면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알아내고 공감하는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거같다.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이 느껴지기에...






그릿의 중요성은 늘 들어왔다. 그런 그릿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더크워스 연구팀이 이번엔 학생의 성적을 예측하는 주요변수로 그릿 외에 또 다른 요인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 요인은 바로 '좌절 내성'이라고 한다.
좌절 내성이란 과제가 잘 풀리지 않아도 쉽사리 좌절하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고 한다. 아마도 회복탄력성과 비슷한 말인듯 하다.
어떤 것에 실패했을 때 금방 좌절하고 포기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에 실패하거나 성적이 떨어졌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이 있는 것이다. 좌절 내성은 그들의 지능, 자기 통제력, 그릿 등과 별개로 학교 성적과 상당히 높은 연관성이 있었다고 한다.
꾸준히 하는 그릿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좌절 내성. 꼭 성적뿐 아니라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한번 실패했다고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려면 여태 내가 한 일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동기에서 비롯된 열정과 끈기로 내가 일군 것을 비로소 바로 보고, 그 수고와 결실을 인정해주기, 그래야 그 다음이 있다고.
어떤 것에 실패했더라도 지금까지 내가 한 노력을 인정하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인생을 헛 산것은 아니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그것을 하기 위해 나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 어떤 일들을 해냈을 것이다. 그것을 발판삼아 더 딛고 일어나면 되는 것이다.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 중에 상담자 앞에서조차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장황한  근황과 본인의 안녕한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심리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은 뭔가 마음이 문제가 생겨서 온 것일텐데 왜 괜찮다고 할까?
그렇게 믿고 싶어서일까?
저자는 계속 듣다가 물어보았다고 한다.

"제가 정말 알고 싶은 건 그 일상을 보내는 당신의 마음이에요. 마음은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하며 울었다고 한다.

"아니요. 사실 괜찮지가 않아요. 너무 외롭고, 정말 지독하게 외로워요. 끔찍한 외로움이에요."

괜찮다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은 것이다. 나 또한 아이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갔지만 어느 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간 적이 있다. 매일 아이 이야기만 했었는데 이번엔 내 몸 상태를 이야기하고 의사선생님의 말들을 듣는데 눈물이 나올뻔 했다. 아이들 몸만 신경썼을  뿐 내 몸에는 소홀히 했다는 자책이 들었고,  나에게 신경써서 말해주는 의사선생님이 고마웠던 것 같았다. 그 분은 의례 환자 대하듯 했겠지만  평소 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어서였는지 아이를 낳은 후 어디에서나 내 이야기를 하면 이상하게 울컥울컥 하곤 한다. 누구나  아이에게만 관심을 주고, 아이 이야기만 하고, 내 이야기는 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그리고 너는 괜찮냐? 라고 물어보면 이 사람처럼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아마도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내 모습, 내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 존재감 상실이 들어서였던 거 같다.
'나'를 다시 찾아가는 여정. 같이 울어주고, 공감해주는 따뜻한 마음의 이 저자에게 상담 받는 듯  위로를 받았다.
 
사람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른 환경에 놓인 나를 발견할 것이다.
 
맺힌 말들, 마음에 응어리진 말들 모두 꺼내어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에게, 믿을만한 누군가에게 풀어보자. 그러면 말하면서 내 마음속 맺힌 말들이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저자는 내담자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잘 새겨듣고 적당한 단어를 잘 골라서 신중하게 말하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그렇게 신중하게 고른 단어가 상대방에게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맺혀있던 낱말들을 단서로  그 마음의 실체를 따라가보는 여정.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 그 말들이 마땅한 자리에서 열매 맺는 것을 보며 우리 또한 그 마음에 가닿아 신중하게 말을 골라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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