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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 수업
에디 제이쿠 지음, 홍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이라 씌여 있어 처음엔 100세까지 행복하게 사는 의사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더 사연이 많은 분이었다. 그것도 아우슈비츠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할아버지셨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에디 할아버지를 보았다. 인자하게 웃는 할아버지의 팔에 남겨진 172338. 이 번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새겨진 에디 할아버지의 수감 번호라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서 생존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아주 담담하게 씌어 있었지만 그때의 참상은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다. 이 책의 저자는 아들에게도 비밀로 할 정도로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솔직히 말을 한다면 그 아픔이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죽고, 이모 등 100 명에 가까운 친척들이 거의 다 죽었는데 그 아픔을 어찌 말로 하겠는가? 감히 그 아픔의 깊이는 상상도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이라고 한다.
자식에게는 자기의 슬픔과 아픔을 모르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서 말을 못했다고 한다. 에디 제이쿠는 아흔이 넘어갈 때까지 부인과 함께 일을 하다 그만 두었는데 그렇게 나이가 먹어갈수록 이 참혹한 실상을 이야기해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오래 사는 이유는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아흔이 넘었지만 조그마한 유대교대회당에서 강의를 시작해 나중에 100살에는 TED에서 강의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100 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에디 제이쿠 할아버지는 13살 때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독일인으로 사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왜 그때 다같이 함께 일하고 어울려 지내던 이웃인 독일인들이 분노하고, 유대인 육백만명이 죽어나가는 동안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지, 왜 그 많은 유대인들을 희생시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인간성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에디 할아버지는 아무리 힘들어도 인간성은 잃어버리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친구 쿠르트가 있었다. 친구 쿠르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100살이 되도록 살면서 알게 된 중요한 깨달음은 바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것이라고...
좋은 친구 한명이 있다는 것은 온 세상을 얻은 것과 같다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계 및 정밀기계 공학 전문가로 '경제적으로 필요 불가결한'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가스실 앞으로 3번이나 불려나갔지만 살아 남았다고 한다.
에디 아버지께서 기술을 배워두면 쓸모가 있다고 독일인으로 몰래 이름을 바꿔 에디 할아버지 혼자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보냈는데 그 기술이 에디 할아버지를 살린 것이다.
어느날은 혼자 있는 독일 병사와 맞닥뜨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자는 서두르라고 외치며 때리고 발로 찼다고 한다.
그때 에디 할아버지는 멈춰서서 그 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은 영혼이 있나요? 마음이라는 게 있나요?
왜 날 때리는 겁니까? 나랑 자리를 바꿔볼까요? 내가 당신 옷을 입고 당신 음식을 먹고,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는지 한번 볼까요?
그러자 그 자는 다시는 할아버지 몸에 손대지 않았다고 한다.
에디 할아버지는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도우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 고매한 정신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에디할아버지는 이제 히틀러까지도 증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히틀러를 증오하지 않기 까지 얼마나 혼자 마음속으로 힘든 시간을 거쳤을까? 하지만 용서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고, 행복은 행복을 낳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에디 할아버지. 100세에 TED 강연으로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겪었던 홀로코스트에 대해 말하기 위해 100살을 사셨을까? 에디 할아버지는 이 책까지 다 쓰고 홀로코스트 강연하시다 영면하셨다.
에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감사와 사랑과 희망과 감동을 준다.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만든다.
지금 어머니를 안아드리라는 말은 다른 누구의 말보다도 더 강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홀로코스트, 위안부, 제주 4ㆍ3 사건, 광주 5ㆍ18 사건 등 모두 그 당시에 겪었던 사람들이 있다. 지금 어떤 이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며 그 일을 부정하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늘 기억해야 한다. 그 끔찍한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만 한다.
함께 나눌 사랑으로 언제나 충만하시기를,
남아돌 만큼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서로 아껴주는 친구들로 넘쳐 나시기를.
에디 제이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