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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어둠의 팔목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
여든 여덟, 시대의 지성 이어령님께서 힘든 암투병을 하고 계십니다. 죽음을 앞에 둔 지성인 이어령님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품고 있을까요? 죽음이 가까워 왔을때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말들을 남기고 싶을까요?
조선비즈 문화 전문 김지수 기자가 이어령 박사님과 마지막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매주 화요일 이어령님의 모든 지혜를 얻고 '삶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 이라는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습니다.
"엄마 없다? 엄마 있네! 어찌 보면 그게 우리 인생의 전부라네."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이 까꿍놀이를 하면 자지러지게 웃는 아이를 발견했어요.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며 얼굴을 보이면 아기는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그만큼 아기에게는 엄마가 세계의 전부이기 때문일까요?
모든 것은 엄마라는 세계로부터 시작된다고 이어령 박사님은 말하는 듯 보였어요.
육아에서도 애착을 참 강조하지요.
엄마와의 애착이 있다면 즉, 엄마의 세계로부터 안전과 믿음을 얻었다면 아이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갈거라는 것이지요.
아이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영의 세계가 아직 남아있는 거 같아요.
저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저도 어릴 때 그런 것을 많이 느꼈고요.
그래서 자주 무서워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선생님, 럭셔리한 삶이 뭘까요?
"럭셔리한 삶.......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 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어쩌면 제가 책을 읽는 이유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읽는 이유도 있는 거 같아요. 우리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어요. 게다가 저는 그 사람이 아니지요.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 자기만의 이야기가 풍부한 사람. 어떤 경험을 했고 그에 무엇을 깨달았는지 등등 그 사람만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공감하며 동의하거나 공감하거나 부동의하기도 하지요. 이야기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 라는 이어령 박사님의 말이 귓전을 울립니다.
"그래. 너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네 안에 가지고 있니?"
라고 묻는 거 같았습니다.
렘브란트 판 레인 <돌아온탕자>
아흔아홉마리의 양을 두고 한마리의 양을 찾아 다니는 예수를 돌아온 탕자와 비교하여 이야기해요.
아흔아홉마리 양은 제자리에서 풀이나 뜯어 먹었지. 그런데 호기심 많은 한 놈은 늑대가 오나 안 오나 살피고, 저 멀리 낯선 꽃향기도 맡으면서 지 멋대로 놀다가 길을 잃은 거잖아. 저 홀로 낯선 세상과 대면한 놈이야. 탁월한 놈이지.
떼로 몰려다니는 것들, 그 아흔아홉마리는 제 눈앞의 풀만 뜯었지. 목자 뒤꽁무늬만 졸졸 쫓아다닌거야. 존재했어?
갑자기 존재했냐고 송곳처럼 말하는 이어령 박사님.
너 존재해?
너 살아 있는거야?
너만의 너로 살고 있는거야?
라고 제 뒤통수를 세게 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이어령 박사님은 과연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사람입니다.
마지막 수업이라는 제목이라 죽음과 연관되어 왠지 무거운 내용이지 않을까 했지만 이어령 박사님의 말들에 막 웃다가 갑자기 때려치는 도끼를 맞는 것과 같아 머리가 웅웅거리기도 했습니다.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평생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강화도 화문석이 유명해 화문석을 사러 가서 무늬 없는 것으로 주라고 했더니 무늬 없는 것은 가격이 더 비싼거에요. 그래서 왜 아무 무늬가 없는 게 더 비싸냐고 물어보니 무늬가 있는 것은 어떤 무늬를 넣을까 생각하며 짜니 재미가 있는데 아무 무늬가 없는 것은 재미가 없이 억지로 짜내기 때문에 비싸다고 했답니다.
재미있게 나의 무늬를 짜는 것.
어려운 일, 힘든 일, 괴로운 일을 겪어도 나만의 무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행복하겠어요.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고 했던가요?
역발상의 사고로 긍정적인 기운도 얻었습니다.
때로는 사슴의 눈으로, 때로는 늑대의 눈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는 그의 형형히 빛나는 눈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어령 박사님의 진지한 유머에 하하 웃다가 어깨에 죽비를 맞는 듯 정신이 번쩍 들게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에 무게를 두지 않고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에 관해 두루두루 진한 수업을 들은 기분입니다.
풍부한 어원의 숲에서 한바탕 놀고 온 기분입니다.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다는 이어령 박사님.
늘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며 다시 돌아갈 날.
그 동안 나는 어떤 무늬를 만들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신에 대해 더 많은 말씀을 하십니다.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야.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지요.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중간 생략)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