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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연! 우리는 자연에 둘러싸여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자연에서 떨어져 나올 힘도, 자연을 넘어서 나아갈 힘도 없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변화했다.
인간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이 미생물의 출현.
미생물의 존재를 알게 된지는 이제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때문에 지금도 인간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어떤 병들이 미생물들에 의해 감염되어 퍼졌을까?



이 책은 크게 효모, 포도상구균, 콜레라균, 탄저균,매독균, 발진티푸스균, 독감바이러스, 페니실륨, 결핵균, 한타바이러스, 장티푸스균, 클로스트리듐에 대해 풀어놓았다.
세부 주제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인류사와 미생물사에 대해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예전 서양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 미생물의 공격으로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그 원인을'나쁜 공기'를 뜻하는 '미아즈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은 사체나 배설물 따위가 썩을 때 나오는 악취가 병을 일으킨다는 말이었다. 또한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내려오던 4체액설의 주요 의학 원리가 19세기까지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얼마나 깊이 박혀 있었는지 그 당시 지식인이었던 과학자나 의사들마저도 '미아즈마'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1844년 헝가리출신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시신과 산욕열이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산욕열을 없앴고 동료의사들에게 손씻기를 권하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말년까지 의문의 죽음으로 외면받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다. 지금은 당연한 것을 그 당시에는 맞는 말을 해도 다들 그게 아니라며 외면받을 때 제멜바이스는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였을까?
그 당시 영국은 콜레라가 유행하여 600 여명의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그때도 역시 미아즈마로 콜레라가 전염되었다고 소문이 났지만 존 스노라는 사람은 콜레라가 더러운 식수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적해나가 마침내 펌프손잡이를 뽑아버렸다고 한다. 존 스노의 조사 방법은 현대 역학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왜 전쟁이 나면 역병이 창궐할까?
역사책을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었었다.
희한하게 전쟁이 난 후 이상한 감염병들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이유를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전쟁을 벌이면 미생물은 신이 난다고 하였다. 새로운 서식지 개척, 즉 감염 기회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생긴 상처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저하된 면역 기능은 미생물들이 인간에게 들어가 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군인들은 몰려 다니며 열악한 환경에서 같이 생활하고 적군과 싸우다가 다친다. 피가 나면 그 곳으로 세균들이 들어간다. 혹은 호흡기로 들어가는데 평소 건강한 몸이라면 면역세포가 죽일텐데 영양실조라 면역세포도 힘을 못쓴다. 그래서 미생물들은 아주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이다.
미생물은 적군,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게다가 미생물은 배나 비행기에도 탑승해 이동한다.
이 미생물과 감염병의 연관성을 알게 되어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들과의 전쟁에 관여한 여러 과학자들이 나온다. 루이 파스퇴르와 로버트 코흐의 치열한 경쟁이 인류를 감염병에서 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항생제의 발견과 펠릭스 데렐의 파지요법에대해서도 나온다.
항생제는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으며 항생제의 발견으로 인류는 살 수 있었다.
페니실린이 안맞는 병도 있다. 결핵균이 그에 속한다. 페니실린은 세포벽 합성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메 왕성하게 성장하는 세균에게만 효과가 있다. 그래서 휴지 상태에 있거나 아주 느리게 자라는 세균은 페니실린의 공격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항생제에 내성을 띤 박테리아가 출현하게 되었다.
이것은 플레밍 또한 이미 예견하였다고 한다.
실험실에서 세균을 죽지 않을 정도의 페니실린 농도에 노출함으로써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지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약국에 가서 누구나 페니실린을 살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약을 먹다 보면
똑같은 일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
페니실린 치료를 무분별하게 하는 사람은 페니실린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에 대해 윤리적 책임이 있다.
나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플래밍-
어릴 때 어른들은 아프면 마이신 먹어야겠다라는 것을 많이 들었었다. 그만큼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처럼 흔하게 사용되고는 했다. 지금도 병원에 가 잘 낫지 않으면 항생제를 처방해주고는 한다. 우리 나라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빨리 낫게 하는 병원(항생제를 많이 쓰는 병원) 이 유명한 명의라고 소문이 나기도 한다. 우리 나라는 항생제를 무분별하고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을 이미 플레밍은 알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항생제 내성에 대처하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1917년 펠릭스 데렐은 이질균을 배양하고 있었는데 잘 자라고 있는 세균 배양액에 이질 환자의 분변 여과액을 첨가했더니 배양액이 하룻밤 사이에 맑아진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세균(박테리아) 를 먹어 치운다고 직감하고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데렐은 이에 세균 바이러스, 즉 파지를 세균 감염병에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쉽게도 항생제의 그늘에 가려져 버렸다고 한다.
이 기발한 방법이 이제 빛을 볼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바이러스는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것일까?
이 저자의 표현이 기가 막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우리 집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곳이다. 당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빨리 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다보니 그만 그 집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만다'
이 표현으로 그간 궁금했던 나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박쥐에서 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박쥐에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이 바이러스가 왜 사람의 몸에 들어와 이런 피해를 줄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환경 파괴와 기후 이상으로 바이러스가 인간과 만날 기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미생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미생물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늘 함께한다.
미생물은 우리 삶의 반려자이자 조력자이다.
'반감'보다는 '공감'의 자세로 미생물을 바라보자.
감염병 팬데믹이 전통적 유대감을 파괴하고 우리를 자기밖에 모르는 외톨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를 치유하려면 '정신적 백신'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건 소통과 배려, 나아가 사랑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