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간의 교양 미술 - 그림 보는 의사가 들려주는
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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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사가 들려주는 미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요즘은 책으로나마 미술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미술 작품들입니다.
이 책에는 또 어떤 미술 작품들을 소개해 줄지 궁금해서 얼른 책을 열어보았습니다.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60 일간 조금씩 나눠 보고 맛보고 즐기면 좋으련만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알프레드 시슬레의  홍수가 난 마를리항의 작은 배 작품입니다.
1876년  센 강 유역의 마를리항은 큰 홍수로 범람했다고 해요. 이때 시슬레는 홍수 연작을 무려 여섯점이나 그렸다고 해요. 시슬레는 홍수 역시 신이 준 자연의 선물이라고 했다고 해요.
실제로 뉴스에서 홍수가 난 곳을 보도할때면 이재민도 발생하고, 상상만 해도 굉장히 심난한데 알프레드 시슬레는  강가에서 평화롭게 배를 타고 가는 것처럼 그렸어요.  그 전날 비가 엄청 쏟아졌을 텐데 말이죠. 시슬레의 그림은 보다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거 같아요.
누가 어떤 상황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런 작품도 나오네요.
여담으로 명품 화장품으로 유명한 브랜드 '시슬리'가 바로 알프레드 시슬레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그림을 보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거 같나요?
눈을 감은 여인이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눈을 감고 자는 것도 같기도 하고, 뭔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이 그림을 보고 무섭다고 해요.
이 그림은 오딜롱 르동의 감은 눈 작품입니다.
오딜롱 르동은 특이하게 부처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오딜롱  르동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보면 눈물이 나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태어나자마자 11살까지 외삼촌의 양자로 들어가 살았다고 해요. 집도 윤택했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빨리 부모와 헤어져 살아야만 했을까요?
혼자였고 몸이 약했던 르동은 많은 날들을 침대 위에서 책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고 해요. 
르동의 어린 시절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림을 보니 더 고독함이 느껴졌어요.
왠지 제가 옆에 있었다면 안아주고 싶었을 만큼 안쓰러웠습니다.



분위기를 바꿔볼게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이 작은 아이를 보세요.
이 그림은 <오필리아> 를 그린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입니다.
이 어린 소녀는 화가의 다섯살 난 딸 에피이며 킹스턴 성공회 교회의 낡은 뒷좌석에 앉아 신부님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고 해요. 그 때 이 작품이 인기가 있어 두번째 연작을 그리게 되었다고 해요. 정말 귀엽고 깜찍하죠? 그때나 지금이나 어린 아이를 보면 그저 예쁘기만 한가 봅니다.^^
저절로 엄마 미소가 나와요.






에밀 놀데 라는 화가 아시나요?

저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에밀 놀데의 그림들을 보면 가면이 많이 나와요.
생소한 에밀 놀데라는 이 화가는 서양 미술사에 알려진 화가 중 최초로 대한민국을 방문하였다고 해요.
1913년 베를린을 출발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몽골을 지나 서울에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문득 그 때 당시의 서양인이 본 우리나라는 어땠을지 궁금해지네요.

가면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답게 우리나라 장승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해요. 위 그림의 선교사 가면을 보면 장승과 비슷하지 않나요?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
운명의 장난인지 환하게 웃고 있는 이 그림의 주인공은 리하르트 게르스틀이라고 해요.
이 그림은 죽기 얼마전에 그렸다고 해요.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라는 리쌍의 노래가 떠오르네요.
리하르트 게르스틀은 오스트리아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23살에 음악가 쇤베르크와 같은 건물에 살게 되었다고 해요. 쇤베르크는 유명한 음악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평생동안 295점에 이르는 작품을 그리고 전시회와 개인전도 열었다고 합니다.
쇤베르크는 당시 작곡가 겸 지휘자로 유명했던 쳄린스키 부부와 함께 게르스틀도 동행하여 여름 휴가를 떠났다고 해요. 그런데 그만 쇤베르크 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둘이 밀월여행을 떠났다고 해요.
쇤베르크는 아내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는데 고민 끝에 놓고 온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혼자 남겨진 게르스틀은 사랑에 배신당한 슬픔과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물다섯살에 목을 매 자살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비극적인 것은 목을 매기 전 칼로 자기의 심장을 찔렀다고 합니다.
얼마나 상실감이 컷길래 그런 끔찍한 생각과 행동을 했을까요? 참 안타까웠습니다.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처럼 그냥 마음속으로만 평생을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어요.
스물다섯. 너무나 어린 꽃다운 나이의 죽음입니다.

이 책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들이 나와서 좋았어요. 특히 잘 몰랐던 여성화가들을 알게되서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헬레네 셰르프백과 마리 바시키르체프를 알게 된 것은 커다란 수확이었어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러시아, 미국 등의 여러  화가들을 만났는데 특히 잘 모르는 근대 화가들이 많아서  더 좋았습니다.

잘 모르는 일화들도 많아서 재미있게 보았어요.
19세기 여성의 삶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쓴 작가님이 내과 의사선생님이어서  가끔 화가의 병명을 진단하거나 그림 속 인물의 병에 대해 말해주는 부분도 유익했습니다.

그림도 큼직해서 보기 좋았는데 다만 아쉬운 것은 그림을 먼저 나오게 구성을 한 후 설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가끔 설명을 보기 전 뒷장의 그림부터 본 다음 설명을 보느라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다가 어색한 부분이 있었어요.
407 페이지 앤디 워홀이 피해망상을 가진 여성의 총에 맞아 위독했었던 내용이 두번 겹쳐나와요.
그 부분은 편집을 하거나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 이외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화가들의 말! 말! 말!


저는 제 예술의 근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 자신밖에 없는 고독한 유배지이며, 수도원이나 다름이 없었던 페이레르바데 대지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막막하고 황폐했던지....
제가 그곳에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 뿐입니다.

오딜롱 르동




화가란 모름지기 자기 눈앞에 보이는 것만 그려서는 안 되며, 자기 내면에 보이는 것도 그려야 한다. 
화가가 자기 내면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면 눈앞에 보이는 것도 그리지 말아야 한다.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내가 아는데 나는 오래 살지 못 할 것 같다. 
내 삶은 하나의 축제, 짧지만 강렬한 축제다. 
마치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에 모든 것, 전부를 느껴야 하듯 나의 감각은 점점 더 예리해진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 안에서 사랑이 한번 피어나고 좋은 그림 세 점을 그릴 수 있다면 나는 손에 꽃을 들고 머리에 꽃을 꽂고 기꺼이 세상을 떠나겠다.
 
파울라 모더존 베커




색채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을 잡으려 애쓸 필요가 전혀 없다...
이 행복한 순간의 의미는 바로 색채와 내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화가다.

파울 클레





나는 형태와 자연적 색채의 독특함이 주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순수한 진리를 못 보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연의 겉모습은 변하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순수한 조형적 현실을 창조하기  위해 자연적 형태들을 불변의 형태로, 자연색들을 근본적  색채로 되돌아가야 한다.

피에트 몬드리안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

프란시스코 고야






아름다운 꽃도 잠시 멈추고 바라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없듯이, 무언가를 바라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친구가 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조지아 오키프





나에 대해 전부 알고 싶다면 그저 내 그림과 영화 작품의 표면만 봐주세요.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앤디 워홀




예술의 다음 단계는 사업 예술입니다. 
저는 상업미술가로 출발했으며 사업 예술가로 마치기를 바라지요. 
사업을 잘 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예술입니다.
그래서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며, 사업을 잘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입니다.

앤디 워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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