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몸 교과서 - 내 몸을 알고 싶은 모든 십 대 여성에게
윤정원.김민지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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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산부인과 전문의와 여성주의 활동가가 쓴 '나다운 몸'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 책이다. 우리나라의 성교육의 실태는 어떤 것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나의 십대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사춘기 시절 꽤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면서 몸의 변화가 찾아왔다.
키는 쑥쑥 크고 몸무게도 늘었다.
초등학교때는 달리기하면 날쌔면서도 가볍게 달렸는데 어느 순간 몸이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달리기도 힘들어졌다.
첫 월경은 늦게 찾아온 편이었다. 월경을 먼저 시작한 친구들을 보며 그 친구들은 뭔가 더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어서 빨리 나도 월경을 시작했으면...했는데 첫 월경이 시작할 무렵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팠다. 그 뒤로 월경만 시작하면 배가 너무나 아프고 먹은 것도 다 토하고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그런 월경이라니! 동경했던 월경은 너무나 처절하게 아파서 월경날이 안왔으면 하고도 바랬었다. 월경의 아픔으로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미래도 상상할 수 없었다. 매달  한번은 겪어야 하고 이렇게 아픈데 사회 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미래가 암울했다.

그래서 생리통이 너무 심해 엄마랑 산부인과란 곳에  처음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교복을 입고 엄마랑 가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난 생리통 때문에 온 것인데 왜 날 이상하게 쳐다보지? 하며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며 드는 생각이 당당해져도 되었었다. 처음 간 산부인과라는 곳은 왠지 부끄러웠던 그때의 나에게 당당해져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여자의 몸을 잘 관리하려면 산부인과에 자주 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산부인과는 애를 낳는 곳만이 아니다. 여자라면 산부인과에는 자주 다녀야 한다.

나는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냈지만 나의 자녀는 나와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했다.
내가 사춘기때 그토록 원했던 책이 바로 이런 책이었다.
시원했다. 내가 궁금했던 곳을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실제 십대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하는 Q&A 코너도 있어 더욱 좋다.

정말 궁금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몸에 대해, 섹슈얼에 대해,  세상에 대해 내 몸을 돌보는 습관은 무엇인지 이  책은 이야기해준다.

동의와 안전한 성관계는 어떤 것인지, 피임 방법, 가스라이팅에 대해,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성적 대상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나다운 몸에 대해 아는 것. 나의 몸이기에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몸에 대해 굉장히 무지했다는 것을 대학교때 알았다.
대학교 교양수업으로 심리학을 배웠었는데 그 분이 자기의  성기를 거울로 자세히 살펴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때의 놀라움이란! 내 소중한 몸인데 그때까지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내 소중한 곳을 혼자 보는데 왜인지 부끄러웠다.
나의 몸인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한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는 것에 놀랐고 미안했다.

사춘기 시절, 낯선  몸의 변화로 혼란스러워 화도 많이 내고 반항하고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들어가면 문 꼭 닫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래서 동생은 나를 무서워 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착했던 누나였는데 중학교 다니면서 무서웠다고 했다.
그때는 굉장히 마음이 혼란스럽고 힘들었었던 것 같다. 나를 중심으로 왜 내 몸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원망하고 얼굴은 왜 이렇게 생겼으며 여러가지로 자존감이 하락했었던 거 같다. 세상에 대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고민이 되었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십대때의 낯선 몸의 변화로 힘들어 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도 아이가 사춘기가 온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아이의 책상에 놓아두고 싶다.
이 책은 여자아이도 남자아이도 다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에 대해 무지한 남자아이가 되면 안된다. 남자아이도 여자아이의 몸에 대해 알고 서로의 몸을 소중히 생각하고 배려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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