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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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생각만 해도 답답한 유교사회.꽉 막혀 숨 막힐 것만 같은 조선에서 사는 사람들은 평소에 어떤 생각들을  하며 살았을까요?
주로 양반의 시선에서 쓴 일기들을 보며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쫓아가 봅시다.



과거에 합격을 하면 마을에서 호신래라고 하여 신고식을 시작하는데 급제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모욕을 주고, 얼굴에 먹칠을 하며, 옷을 찢기도 하고, 말을 거꾸로 타게도 하는 등  온갖 부끄러운 짓을 시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고을의 수령까지 와서 그런 장난을 친다고 하니 마을의 축제이면서  재미난 구경거리였을 거 같아요. 급제자는 기분이 나쁘겠지만 힘들게 급제하였으니  서로 기쁘게 즐기고 축하하는 문화였을 거 같습니다.
게다가 반전이 또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첫 출근하는 날이었습니다.




첫 출근하는 날, 아주 호된 신고식을 치릅니다. 처음엔 설마했어요. 점잖을 것 같은 아니  점잖아야 할 것만 같은 양반님들께서 처음 신입이 오면 이런 신고식을 치르게 한다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아니 정말!?
귀신 분장을 한 것처럼 낡고 찢어진 옷을 입고 명함 돌리기부터 시작해서 선배들이 내는 문제에 맞춰 시 짓기, 앞뒤로 오락가락하기, 종종걸음으로 걷기, 뛰어오르기, 바닥에서 몸을 구르기, 대청마루 아래를 기어나오기, 기왓장 위에서 책상다리하기, 활 쏘는 자세로 오래 서 있기 등을 하였다고  합니다. 위계를 세우려 시작했다는데 인격모독적인 발언 뿐 아니라 때로는 폭력도  행해졌다고 해요.
아니 왜 이런  것을  하는지..악습은 끊어내야 하는데 이런 걸 또 전통이라며 시키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학과에서, 동아리에서 뭣도 모르고 선배들한테 이런 것을 당했었는데 이런 게 조선 시대 공무원들에게도 있었다는 게 놀라운 일입니다. 이걸 당했던 김령은 나중에 신입들에게 똑같이  또 하며 즐거워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남의 괴로움을 보고 재미있어 하는 이런 건 무슨 심리일까요? 또 그걸 왜 또 후배들에게 시키는 겁니까? 나만 당하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만 아니면 즐겁다는 것인지 저도 당했지만 도대체 이런 걸 왜 하는지 그때도 지금도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데 그걸 함으로써 동기들끼리는 아주 돈독해졌던 것 같아요.




즐거운 퇴근길. 박래겸은 왕에게서  명을 받습니다.
평안남도 암행어사를 수행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나에게 왕이 암행어사를 하라고 하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왕에게서 암행어사를 명  받으면 기분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박래겸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내가 암행어사라니!"

반응이 의외였어요. 그런데 나중에 암행어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아~~이래서 박래겸의 반응이 그랬구나 싶었습니다.
암행어사를 명 받으면 가족에게도 비밀로 부쳐야 하며 가족 몰래 바로 명 받은 지역에 가서 먹을 것도 얻어가며 그 지역사람들에게도 암행어사가 아닌 척 행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거지꼴로  그때그때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으며 수행단까지 챙겨야 했지요. 나라에서 주는 출장비가 턱도 없는 수준이어서 매일 생계를 꾸려나가는 게 일이었다고 합니다.




조사를 가는 시점부터 감옥에 있거나 유배를 가더라도 원칙상 모든 비용은 본인부담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배를 가더라도 길을 가면서 온갖 선물과 위로금을 받기도 하고 감옥에 있을 경우 하루에 찾아오는 사람이 100 여명 가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죄를 짓거나 억울한 사람이라도 명망 없는 사람이거나 돈이 없는 사람일 경우 집이 쫄딱 망하겠습니다.
유배를 갈 경우 유배지도 스스로 물색을 해야 한다고 해요. 매일 새벽 관아의 점검 호출도 당해야 하고  가족 없이 혼자 유배를 왔을 경우에는 하루하루 먹고 살 일도 걱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명예로 살고 죽는  양반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




양반이라도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나봅니다. 양반집에 초대를 받아 놀러가면 기생이랑 자기도 하고 그게 의례 있었던 일인데 집에서 마누라는 바가지를 박박 긁습니다. ㅋㅋ 어떤 여자가 자기 신랑이 기생이나 다른 여자랑 자는 걸 좋아할까요? 하녀들까지 없는 말 있는 말 다 고해 바치니 저라도 속이 시끄럽고 질투나서 못 살거 같습니다. 조선시대 여성들도 그러 했다는 것이 참 정감이 갑니다.
왜 인과 예를 따지는 양반들도 여성 특히 기생과 자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여겼을까요? 참 여성으로써 씁쓸합니다.



 

양반이라도 딸에게는 딸바보인 아버지들이 나와요. 특히  오희문은 막내딸 단아를 애지중지 예쁘게 키우는데요. 그 막내딸은 병치레를 자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을 며칠 앓다가 세상을 뜨고 맙니다.  늘 자기 옷이 언니 옷보다 좋으면 언니랑 바꿔 입고 아빠가 돌아오시면 버선발로 나와 겉옷을 챙기는 착한 막내딸. 오래오래 살며 아버지, 어머니에게 예쁜 딸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일찍 죽어서 저도 마음이 아련하게 슬펐습니다. 권위 있으며 무뚝뚝할 거 같은 양반들도 딸 앞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시시콜콜한 조선 양반들의 일기를 훔쳐보며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그 당시의 상황에 푹 빠져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네들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미난 이야기에 그 당시 배경이나 여러가지 소품들, 그림들로 이해하기 쉽고 그 당시의 상황을 생각할 수 있는 작가의 배려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그린 일기주인공들의 캐리커처와 중간중간 작가님이 직접 쓴 일기원문도 나와요. 글씨도 잘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글도 맛깔나게 잘 쓰시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출중하신 작가님이 부럽습니다. 혼자 미친 사람처럼 쿡쿡 웃으며  읽었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미난 조선 양반들의 이야기. 작가의 전작.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도 읽어보고 싶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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