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내 인생의 어른들을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로 평가하려고 한다.
나는 세세한 일들로 그들을 평가한다.
추억들로.그들이 내 이름을 부른 횟수로."


성장소설로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때도 엄청난 감동을 받고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에 대해 관심이 가서 찾아보곤 했었는데 이 책은 또 어떤 영감을 줄까?

처음에 간략히 주요 등장인물들을 읽으며 왠지 내용이 심각할 거 같아 걱정이 되었다. 처음의 내용들이 너무 심각해서 내용이 잘 읽히지 않았는데 점점 읽어갈수록 푹 빠져들어 거의 700페이지가 되는 내용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우리는 흔치 않은 마약의 세계. 그리고 주말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슬림할아버지의 정체, 한때는 변호사를 꿈꿨지만 새아빠를 만나 마약했다가 새아빠의 도움으로 끊은 엄마, 마약상이고 새아빠이지만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을 다하는 새아빠. 술 마시고 술 안 마신 날에는 책만 보는 아빠, 어릴 때 어떤 심한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고 허공에 글을 쓰는 형. 어떤가? 내용이 범상치 않게 전개되리라는게 느껴지는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었다. 이 안에  폭력, 마약, 어른의 세계, 살인, 스릴러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럼에도 이 안에도 따뜻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마약상을 해도 엘리와 엘리의 형이 특별한 아이들이라고 믿는 엄마와 새아빠, 슬림할아버지 등의 사랑 덕분에 아이들이 훌륭하게 커나갔던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엘리 형 오거스트의 허공에 대고 쓰는 글들에 소설의 복선이 깔려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슬림할아버지의 묵직한 말들이 마음에 확 와닿는다.

슬림할아버지가 평소에 엘리에게 말했던 타이밍, 계획, 운, 믿음. 이것은 인생을 살다보면 알게되는 인생에 대한 모든것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사람의 일이란 게 계획을 철저히 세운다해도 운이 안따르면 계획대로 되지 않고 타이밍도 맞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고 계획을 세우고 타이밍이 맞고 운까지 따른다면 못할 일이 없으리라.

엘리는 평소에 좋은 사람이냐고 물어보곤 했다. 그래서 슬림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선택에 달려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좋은 사람만 있을 수 없고 나쁜 사람만 있을 수 없다. 그저 선택일 뿐이다. 그 선택이 옳을 수도 아닐수도 있다. 사람은 언제나 선택을 한다. 그 중심을 잡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해 양심이란 게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잘못인지 잘못이 아닌지 양심이란 추는 본능적으로 판단을 해준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어릴적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기획했다고 하던데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 엘리의 모습이 이 작가가 추구하는 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점점 멋지게 커나가는 아이들. 용감하고 따뜻한 아이들. 이 소설을 읽고 잘 몰랐던 호주. 오스트레일리아에 관심이 갔다. 마약이 판을 치는 나라로 묘사되던데...옛날 영국이 호주를 발견한 후 영국범죄자들을 처음에  여기로 보내서 마약이 흔한걸까? 그런 세상 속에서도 나를 지지해주는 단 한사람이 있다면 그 곳이 어디든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엘리와 오거스트는 세 사람, 아니 아빠까지 네 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니 축복을 받은 게 아니었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신비로움으로 가득찬 이 소설. 어떻게 보면 사고하게끔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철학적인 요소도 있는 재미있지만 마음을 울리는 묵직한 말들에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꼭 읽어보길 강추한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 진짜 인격이 드러난다지. 악이 살아있고  선이 방종이 되는 세계, 정반대의 규범으로 굴러가는 밑바닥 세계에서, 진정한 선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말이야.p.124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 그 시간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어.p.128

넌 약해빠지지 않았어. 우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네가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라서 우는 거아. 그걸 창피하게 생각하지 마. 이 세상에는 겁이 나서 못 우는 사람들 천지야. 겁쟁이라 무신경하게 구는거지. p.140

시간에 당하기 전에 시간을 해치워버려.p.402

사람은 말이야, 모름지기 쉬운 일보다는 옳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p. 52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