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걸어야겠다 - 나를 성장시킨 길 위의 이야기
박지현(제주유딧)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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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부터 끌린다. 작가는 왠지 모르게 나와 비슷한 사람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림만 봐도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길을 사랑하고  길 위에 모든 걸 사랑하는 사람. 나도 예전에 혼자 여행하고 혼자 걸었던 길이 떠오른다. 왠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내가 걸었던 풍경들이 떠오른다. 부드럽게 나를 만져주는 바람 소리, 바다 냄새, 풀냄새 들이 같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 그린 사람도 나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왠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끼며 천천히  같이 호흡하고 같이 걸어본다.

어릴 때 내가 사는 고향에서는 학교에서 버스타고 내려 집에 가는 길. 반딧불이들이 반겨주었다. 하늘엔 별이 총총 떠 있고  반딧불이들이 나를 반겨주는 거 같아 집에 가는 길이 무서웠지만 안심하고 열심히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흔한 풍경이었는데  지금은 어디 공기가 맑은 곳에나 가야 반딧불이 있다는 게  씁쓸하다.
나도 사람이 더 무섭다. 자연은 어쩌질 못하지만 사람은 변할 수도 있기에 속을 알 수 없기에 좀 무섭다. 나 또한 그래서 어릴 때부터 마음을 쉽게 내놓지 못했던 거 같다. 다들 나를 얼굴이 환하고 착하다고 말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섬을 바라보는 여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그림을 보며  나 또한 답답할 때 혼자 떠났던 바다여행이 생각났다.  아무도 없는 바다. 시원하게 파란 바다는 파도를 치며 괜찮다고 나를 위로해 주는 듯 했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덩그러니 앉아 바다를 쳐다보았었는데 .. 그러다 막차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버스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었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다음 정류장이 안 나와 당황했었다. 한참을 걷다가 그렇게 정류장에 도착하니 밤이 되었다. 밤이 되니 산골이라 그런지 금방 어둡고 깜깜해져 조금 무서워졌는데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 별들을 보는 순간 안심이 되었다. 별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괜찮을거라고... 별들이 날 지켜주는 듯 했다.

여행을 하면서 매번 느꼈던 감상이다. 설레며 기다리던 여행. 여행할 때는 좋았는데 여행 마지막 날은 왠지 허무한 느낌. 그 공허한 느낌을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혼자한 여행은 아니었다. 내가 달라짐을 느꼈다. 자신감도 생기고 뭐라도 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스치듯 만났지만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됐다. 처음보는데도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덕분에 혼자한 여행이었지만 또 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그림 그릴 줄도 모르는데 나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길을 걷다 만난 예쁜 것들. 사진에는 안 담기는 자연. 그림으로 남기면 정말 멋질 거 같다. 게다가 이 책을 읽고나니 제주올레길 완주를 하고 싶어졌다. 제주도 올레길은 걸어보지도 못했는데...걸어보고싶다. 이 저자처럼 마음가는대로 그냥 걷고 싶다. 이런...병이 도졌다. 역마살이 있는 건지...아이들 데리고 제주 3달만 살다 올까? 갑자기 제주도에 살고 싶어졌다. 신랑과 나이 먹으면 여행 다니자고 했는데..바로 지금 당장 가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못간다는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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