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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살아간다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김현수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때 교장선생님께서는 늘 학교를 가꾸셨다. 1학년 1반밖에 없는 조그마한 시골 초등학교였는데 교장선생님께서는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셨다. 그리고 지나가는 우리를 데리고 산책도 하면서 꽃과 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 때 이야기해주셨던 내용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무는 잘 모르지만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게...중학교 들어가니 생물선생님께서는 학교 뒤 작은 산으로 우리를 많이 데리고 다니셨다. 침엽수가 뭔지 암수구별 등 직접 보며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 시절 과하고는 별로 상관도 없는 생리학에 대해 들었는데 교수님께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가리키시는지 참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신기하기도 하고 살아있는 모든 것의 조화로움, 신비로움,식물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거 같다.
이 책도 그래서 끌렸다.
나무에게 깨닫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시나무의 이야기이다.
땅 위에서 보면 나 잘 났다는듯 위로만 쭉쭉 뻗어 있는듯 보인다.
그런데 땅밑을 보자.
서로 손을 잡고 있는 게 보이는가?
이들은 땅밑에서 뿌리가 서로 엮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물과 중요한 영양분 근처에 단 한그루만 서 있어도 괜찮다. 나머지 나무들과 그 좋은 것을 다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명을 듣고 그림을 다시 보니 서로서로 손 잡고 있는 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혼자 살 수 없음을 서로서로 손 잡고 나누고 도움이 되는 삶.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아이 책 중에 ' 배추 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책 이 있는데 그 책에서 보면 배추흰나비 알에게 알을 낳는 벌, 애벌레에게 알을 낳는 벌, 배추흰나비 번데기에 알을 낳는 벌 등이 나온다. 그 책을 아이와 읽고 배추 흰나비로 날아다닌다는 게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그 책에서 벌들이 어떻게 애벌레가 있는지 알까?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무릎을 쳤다. 나무가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벌들에게 알려준다는 사실을...그렇구나. 벌들만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서로 돕고 사는 생태계였다.
요즘 호랑이, 늑대가 없어서 노루나 멧돼지들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고 한다. 사람들이 애완으로 키우던 생물들을 물에 방류하거나 해서 생태계도 변했다고 한다. 자연을 그대로 두면 생태계는 알아서 돌아갈텐데 우리 사람이 다 망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릴 때 큰집 옆에 이렇게 구멍이 뚫린 큰 나무가 있었다. 나이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많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곳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한 여름이면 그 나무 앞에 평상을 놓아 누워서 시원한 바람도 느끼면서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영롱한 빛을 한없이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이 나무는 주목으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정확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한다. 천천히 자라는 대신 뿌리를 아주 널리널리 뻗어 내리고,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한다고 한다. 나에게 어릴 적 따뜻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준 이 나무에게 천천히 가는 삶, 인내의 미덕을 배워 보는 건 어떨까?
나무하면 산에 오르다 본 바위를 뚫고 자라는 작은 미송들이 떠오른다. 어떻게 이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며 살까? 생각하며 경외감이 들었다. 이 책을 보고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우리도 질긴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온 4억년동안 깊은 지혜를 쌓아온 나무의 지혜를 배워나가며 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