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새와 소나무 민들레 그림책 9
임원호 지음, 허구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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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길벗어린이 민들레그림책 9번째로 이 책이 나왔다하여 기대가 되었어요.
집에 권정생 작가님의 황소아저씨와 강아지똥을 보유하고 있는데 참 따뜻한 우리 작가의 글들이어서 읽을 때마다 감동이었거든요.
이번에 나온 솔새와 소나무 그림책을 쓴 김원호 작가는 1936년 동아일보에 <새빨간 능금>으로 등단한 뒤 조선 문학가 동맹 일원으로 6.25 이후에는 북한에서 활동하였다고 합니다. 일제 시대에 어린이를 위한 동시와 동화작가가 있었다는 게 생소하면서도 미래의 어른이 될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셨다는 데에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말들이 나올지, 작가님이 아이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주려고 했는지 기대하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았어요.

엄마를 잃은 작은 새 한 마리가 헤맵니다.
어디에도 엄마는 없어요.
그러는 동안에 저녁 해가
꼴딱 산을 넘었습니다.서쪽 하늘에
공단 놀 사라지고 어둑어둑 캄캄해집니다.
작은 새는 하는 수 없이 엄마는 그만 찾고 잠잘 깃을
찾았습니다. 버드나무한테 가서 사정 말을 했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버드나무님. 당신의 품 안에다
자장자장 하룻밤만 재워 주세요. 엄마를 잃고 헤매는 몸입니다."
했더니만 버드나무는 으쓱으쓱 우쭐거리며 말했습니다.
"에이,안 된다 안돼. 지저분해서 일없다
내 몸에다 응가나 해 놓으려고."

작은 새는 퇴박을 맞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오동나무한테 다시 사정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버드나무, 오동나무,참나무 에게 다 퇴박을 맞고 소나무에게 찾아가지요.

이 말을 듣고 소나무는 까딱까딱 고갯짓하며 말했습니다.
"에구, 가엾어라. 어서 이리 들어온. 어쩌다가 엄마를 잃었니? 자장자장 하룻밤 내 재워 주마."
작은 새는 오들오들 몸을 떨면서 소나무 품 속으로
포르륵 날아들었습니다.
소나무는 작은 새를 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입니다. 왕바람, 칼바람이 저 북쪽에서 몰려왔습니다.
바람은 막 돌아다니며 야단을 피웠습니다.
나무, 나뭇잎들을 말짱히 떨어 놓습니다.
벌판의 버드나무 잎도 떨어 놓았습니다.

소나무와 작은 새는 이 위기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지막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시길 바라며 뒷부분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참 많이 나와 아이와 읽기 참 좋았습니다.
쌀랑, 꼴딱, 공단 놀, 어둑어둑, 일없다, 퇴박, 까딱까딱 고갯짓, 오들오들, 포르륵, 포옥 등 아름다운 말,
이 나와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아이는 퇴박이 뭐야? 일없다가 뭐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친절하게도 단어풀이까지 되어 있어 아이에게 뜻을 생각해보라하고 조금 있다 알려주었습니다.
평소에도 아이가 단어를 궁금해서 물어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 단어풀이가 바로 밑에 나와있으니 어찌나 좋은지요.

아이는 이 책을 한번 읽어주니 바로 역할놀이를 하자며 저보고 나무들을 하래요. 한참 역할놀이에 심취해 있다가 아빠에게도 읽어주겠다며 책을 들고 가네요.
이것이 바로 책의 힘이겠지요.
아름다운 우리 말들을 아이가 습득하길 바라며 이런 놀이들을 응원합니다.

다른 나무들은 다 퇴박을 놓는데 소나무만은 가엾다며 작은 새를 품어줍니다. 참 따뜻한 사랑이지요.
어린이 동화작가이자 동시인 임원호 작가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일제 시대때 그 시대엔 미래가 안보일 거 같고 아무런 희망도 없이 암울할 거 같은데(엄마를 잃어버린 새는 우리나라, 조국을 잃어버린 걸 뜻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드네요.) 미래의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희망을 놓지 말라고 따뜻한 포옹과 응원을 하는 거 같았어요. 그 시대에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더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그때의 이야기를 지금 읽어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저 또한 다른 곳에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어요.
그리하여 아무 두려움없이 힘차게
세상 더 멀리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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