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걸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
모옌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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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충격적 상상력이다!
우선 새장에 갖혀있는것만 같은 화자가 분필을 씹어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이없는 도입이 오히려 나를 집중하게하고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게 하였다.
이야기는 초반 이후부터는 보편적인 플롯으로 진행되어 읽기가 수월 해졌다.
이웃하여 살고있는 두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양쪽집의 가장은 같은 학교의 물리교사이며 부인들은 각각 장례지도사와 토끼 가죽 가공공장의 직원이다.
물리교사 팡푸구이는 수업중에 혼절하였는데 죽은것으로 판단되어 남겨진 학교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할때 죽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떻게든 살고싶은 팡푸구이는 장례지도사의 의견에 따라 장츠추의 얼굴로 성형을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장츠추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진짜 장츠추는 평소에 하고싶었던 장사를 시작하려하지만 시작도 하기전에 상상도 못하던 상황에 놓이게 되고 어려움을 계속 겪게된다. 본인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다 본인이 아닌 사람으로 죽음을 맞게된다.
토끼공장에서 일하는 팡푸구이의 부인은 러시아 사람으로 대학에서 러시아를 가르치다 러시아와 중국의 정치적 현실에 부딪혀 공장직공으로 토끼의 가죽을 벗기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다. 이 세 주인공은 모두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서 정해졌고 그나마 남아있는 최소한의 인간적 욕망을 꿈꾸다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비극의 시작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 극성맞게 살아가는 물리교사 장츠추의 부인 리위찬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선택의 기준을 속담에 의존하여 살아가며, 인간의 기본적 도덕성 마져 망각하며 살아가는 악녀의 모습이다. 죽은사람의 금니를 빼서 돈을 취하려하고 거리낌없이 정조를 버리며, 사체를 훼손하고 이를 거래하는 모습은 참으로 참담하였다.
이야기의 뒷부분은 장츠추의 환상과 주인공들의 개별적인 생각들이 어지럽게 나열되어서 읽는데 조목조목 정리가 필요하였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는 물리선생님들을 능멸하고 수단으로 다루는 리위찬의 모습에서 엄청난 부조리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부조리가 그 즈음 중국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작품의 전반에 은사시나무가 있는 풍경을 이야기한다. 그는 그곳을, 그런 세상을 기다리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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