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조윤커뮤니케이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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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노예 해방을 이끌며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가장 큰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링컨은 흑인 노예 해방으로 미국 역사상 큰 획을 그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남북전쟁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잔인했다고 평가되는 전쟁 속에서 ‘가장 위대한, 존경받는, 노예해방’이라는 것으로 상징되는 대통령으로 남기까지의 링컨에 대해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제목에서부터 어색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존경받는 링컨’과 ‘뱀파이어 헌터’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것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을 법한 위인전집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나 역시도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훌륭한 인물이라는 이상한 수식을 만들어 적용시켜 왔었다. 우리는 뱀파이어와의 관계로 일생을 보냈던 링컨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면서 이러한 ‘역사적 고정관념’을 깨고 사실을 재해석 해볼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신기하게도 사실을 비켜가지 않고 ‘뱀파이어’라는 설정을 넣어서 교묘하게 사실인 것처럼, 때로는 아닌 것처럼 사실과 픽션의 평형을 잘 이루고 있다.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링컨과 그의 뱀파이어 친구 헨리에 관한 사실도 일정부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 듯하다. 링컨이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실제로 링컨이 법률사무소에서 일할 당시 같이 일하던 친한 친구의 이름이 ‘헨리’였다고 한다. 그밖에 링컨과 접전을 펼쳤던 데이비스, 암살자인 존 부스 등 여러 뱀파이어들은 링컨과 맞서 싸워야 했던 사람들은 뱀파이어이거나 뱀파이어와 연결된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이전에 접했던 위인전과는 또 다른 위인전을 읽고 있는 셈이다.  

링컨의 일생 속에 들어온 뱀파이어… 링컨과 뱀파이어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미국 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강자의 논리와 불합리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밀일기라는 장치를 통해서 링컨의 심리와 상황을 직접 들여다보도록 함으로써 3인칭과 1인칭을 넘나들면서 역사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장치해놓은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사라진 식민지-로어노크 섬’에 관련된 이야기와 같이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 진 수많은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의 사실성이 이 소설을 읽는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이 소설의 내용이 단순히 링컨 일생의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을 뱀파이어로 규정하면서 그것을 통하여 링컨의 일대기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 소설의 중심축은 링컨이 뱀파이어들과의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미국역사에 영향을 미쳤는가에 있다. ‘흑인노예해방’이라는 카드는 링컨에게 있어서 분명 위험하면서도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반드시 결정했어야 했던 역사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링컨이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뱀파이어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노예제를 폐지한다는 설정은, 링컨이 흑인을 사랑해서라거나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서가 아님을 인식시켜 주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링컨이 남북전쟁 중에 노예해방을 했던 것은 북부와 남부의 이권다툼 속에서 남부의 기반이었던 노예제를 무너뜨리고 승리하기 위한 계략 중의 하나였으며 그것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링컨과 북부 측에 상상 이상의 이득과 명예를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통해서 다소 평면적으로 평가되어온 링컨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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