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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들의 하루 5 : 갓, 해치 그리고 반가 사유상의 하루 ㅣ 이것저것들의 하루 5
서보현 지음, 이경석 그림, 이명섭 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때로 지루하고 딱딱한 연표와 외워야 할 사건의 나열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이러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부수는 참신한 만화 한국사 입문서입니다. 이 책은 한국사의 주연이었던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역사 속의 '이것저것들', 즉 유물, 유적, 심지어 동식물과 사물이 직접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파격적인 시점을 취합니다.
책은 크게 '유물의 하루', '유적의 하루', '역사 속 동식물과 사물의 하루'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박물관 유리관 속에 정지된 듯 보이는 유물들이 수백 년의 보관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유적은 그 공간을 거닐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회상하며 현장의 기운을 전합니다.
이 책이 가진 강력한 힘은 바로 ‘일상과 역사의 연결’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 가장 드라마틱하고 긴박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즐기는 ‘커피’ 한 잔을 통해 한국 근대사의 한 장면을 만나게 되는 식입니다. 커피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부터 시작해, 고종 황제가 커피를 유난히 즐겼다는 일화, 그리고 그 커피 때문에 고종과 순종이 독살 위기에 처했던 아관파천 이후의 긴박한 상황까지...평범한 사물에 투영된 위태로운 시대의 긴장감이 만화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이처럼 유쾌하고 친근한 만화 형식으로, 역사 교과서에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던 역사 뒤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방식은 독자, 특히 역사에 거리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놀라운 흡입력을 선사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야기'라는 것을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결국 『이것저것들의 하루』는 역사는 따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지금, 여기의 이야기'임을 증명합니다. 역사 공부의 재미를 발견하고 싶은 어린이 독자나, 역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줄 신선한 책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제 박물관에 가도, 혹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역사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