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맛대로 살아라 - 틀에 박힌 레시피를 던져버린 재야 셰프, 전호용의 맛있는 인생잡설
전호용 지음 / 북인더갭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때 '홈메이드 식빵'에 꽂힌(?)적이 있다. '제빵기 없이 밥솥으로 식빵 만들기 레시피'를 인터넷 포털에서 본 날이었다. 바로 집에 가서 실행에 옮겼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분명 레시피대로 밀가루를 계량하고 달걀을 넣고 물의 온도를 정확하게 제어서 반죽을 했지만 내가 만든 빵은 인터넷에 레시피를 올린 사람의 후기대로 맛있는 빵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을 열어보면 각종 '음식 레시피'들이 넘쳐난다. 조금만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터넷 포털에 떠 있는 이른바 '유명 레시피'를 따라서 음식을 흉내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이 레시피 대로 잘 따라하기만 하면 근사한 요리가 나올꺼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대로 따라 해도 그 맛이 나오지 않을 때가 다반사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매뉴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매뉴얼대로만 살아가면 실패하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을텐데" 그 메뉴얼만 제대로 내 손에 있으면, 그 지침을 따라 그대로 잘 따르기만 하면 나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인생의 매뉴얼이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그런 매뉴얼이 존재한다 해도 그 매뉴얼대로 인생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인생의 매뉴얼은 있는 듯하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라는 길을 따라 제도권 교육을 받고, 입시 경쟁을 하고, 취업의 문을 두드린다. 모두에게 거의 비슷한 환경과 매뉴얼이 주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가 다 똑같은가? 그렇지 않다. 결코 똑같은 결과가 나지 않는다. '매뉴얼, 레시피'의 문제가 아니다. '인생'이라는 '주방'에 서 있는 '요리사'인 당사자, 우리들이 각각 다르게 생겨 먹었기에 아무리 똑같은 레시피가 주어져도 인생의 '맛과 멋'은 제 각각 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각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대중적인 레시피'를 원하고 '평균치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인생의 매뉴얼'을 열망한다. 이 책의 저자 '전호용 님'은 그러한 대중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레시피에는 정답이 담겨 있을지 모르지만 그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당신의 음식은 정답도 오답도 아닌 당신의 음식이다(p41)." 인생에 어차피 정답은 없다. 오답은 더더욱 없다. 인생은 결국 나의 답, '내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세삼 깨닫게 해 주는 메시지이다.

 

'네 맛대로 살아라'는 인생에서 '평균치' 이상은 살기를 갈망하는 대중들을 향해 "과연 그 평균치라는 게 있기는 하냐?"는 질문으로 일갈한다. 그리고 결국 '평균치 이상의 인생'을 소망하는 대중들의 머릿속 인생에 대한 그림은 마치 "쇼윈도 안에 놓여 있는 밀랍 요리(p42)"처럼 정형화된 시대의 상술의 결과물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 보기를 권하고 있다.

 

마음에 담고 새겨야 할 말들로 넘쳐나는 책이기에 그 모든 것을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중에 '미역국의 기적(p172~178)'이라는 부제를 단 글의 일부분은 꼭 소개하고 싶다.

 

"더할 나위 없이 단순한 음식이지만 이렇게 단순한 재료로 만드는 음식일수록 맛을 내기는 더욱 어렵다.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음식은 어느 한 가지 재료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른 재료가 더해 주고 안아주고 끌어당겨 부족함을 감싸주지만 미역국이나 콩나물국, 가쓰오부시(말린 가다랑어) 국물, 좁쌀죽 혹은 차와 같은 음식은 한 가지 재료, 하나의 공정이라도 빼먹거나 서툴렀다가는 금세 태가 나고 맛없는 음식이 되고 만다.(p172)"

 

이 글을 읽으면서 '인생'을 생각해 본다. 인생을 요리에 비유해 보자면 결국 '인생이라는 요리'의 재료는 '내 몸뚱이 하나' 아닐까?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나 하나'라는 '일품 재료'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요리이다. 그러하기에 저자의 말처럼 '하나의 공정'이라도 빼먹거나 서툴렀다가는 쓰레기통에 내다버려야 하는 음식이 되고 말 것이다.

 

내 인생을 맛깔나게 만드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 매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내 인생이라는 요리'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공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 '빼먹거나 건너뛸 수 있는 공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하나하나의 시간을 다 지나가야 만 내 인생이라는 '요리의 맛''총평'할 수 있다.

 

나의 10, 20대를 돌이켜 보면 그 순간 순간을 지나오며 쌓여 있는 불평들이 많았음을 깨닫는다. '좀 이런 건 건너뛰어도 될텐데.. 이런 곤란은 좀 빼먹어도 될텐데' 그런 생각 말이다. 지금도 이 생각들로부터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오고 있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만나야 할 사건과 순간들이 나의 '인생'이라는 요리를 만들어 가는 공정임을 말이다.

 

내 인생의 레시피는 여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처럼 공개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철지히 '비밀'에 부쳐진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비밀 음식'은 오직 나 자신의 인생이라는 요리 밖에는 없다.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내 인생이 그저 그런 페스트푸드 음식으로 생각되는 사람마다 이 책을 펴서 읽자! 다시 한 번 내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