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신학하기
구미정 지음 / 서로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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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내가 했던 설교들을 뒤적여 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번에 설교했던 본문을 다시 설교 해야 할 때는 꼭 찾아봅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느낌은 다양하게 다가옵니다. ‘내가 이 나이 때 이런 생각을 했었나?’하는 대견한 맘이 들기도 하고, 때론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만큼 엉망진창으로 주해하고 설교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든 후자든 공통으로 되 뇌이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때 내 상황에선 이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말입니다. 나는 진공 상태에서 살지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나는 시대의 아들이고, 그런 나의 삶이 내 설교에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림으로 신학하기는 중세에서 근대를 아우르는 대가들의 그림을 두고, 그 안에서 신학적 읽기를 시도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 설교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자가 그림을 대하는 방식이 작가의 인생사가 녹아 있는 해석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전제하고 있는 것은 당대의 화가들은 어떤 면에서 삶을 그려내는 신학자였다는 겁니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그림, 예술 작품 가운데 신학적 관점, 좀 더 정확하게 말하는 자신만의 성경 읽기가 녹아 있다는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이 전제에 공감이 갔습니다. 워낙 그림이나 조각 작품에 문외한인 제가 저자의 그런 전제를 따라 함께 글을 읽어가면서 ! 정말 그랬겠구나!’라는 동조가 되어 갔습니다.

 

특히 렘브란트를 설명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의 성경읽기개인사의 변곡점이 그의 그림에 그대로 녹아 있다는 것을 그의 개인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읊어 주시면서 설명해 주시니 그렇게 보였습니다. 특히 ‘7장 아름다움에서 렘브란트가 1643년에 그린 밧세바1654년에 그린 밧세바를 반복 재현한 부분을 다룹니다. 결국 그의 개인사를 통한 실존적 체험이 밧세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기 때문(p114) 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평면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펼쳐 보이고, 그 가운데 일어난 신학적 관점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았다는 것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기존에 그림이라는 것은 작가가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정말 정적인 도구라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것이 입체적인 조각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멈춰져 있는 것이기에 작가는 거기에 고정된 관념을 심어 놓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삶을 그림에 녹여 내고, 그림을 통해 정말 다이나믹한 소통을 보는 이들과 하기 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힘이 화가들로 하여금 붓을 든 신학자로 살아가게 했다는 것을 또한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설교하는 사람으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의 설교에 신학을 담으려면 그 신학에 절여진 나의 의 진액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야만 내 설교는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그 설교를 통해 하나님을 바르게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말입니다.

 

예술의 시선으로 신학함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책, ‘그림으로 신학하기를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가운데에 인생의 소중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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