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 무소의 뿔 ` 에서 출판된 《 9년 전의 기도 ; 오노 마사쓰구 》는 크게 보면 하나의 숲을 떠올리게 하는 네 그루 나무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이다.
` 아쿠타가와상 ` 수상작인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어봤기에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 좋았고 그 잔상은 오래 남을 것 같다.

♧ 9년 전의 기도
` 9년 전의 기도 `는 엄마 ` 사나에 ` 의 이야기다. 전남편 프레드릭이 남기고 간 아름답지만 지렁이같은 아들 케빈을 홀로 키우는 사나에.
아이를 둔 엄마들, 혹은 조카를 둔 사람들이라면 사나에의 비유(지렁이)와 마음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이사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부담없이 사나에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들 그렇지만 슬픔, 불안 속에서도 케빈의 열기, 생생함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사나에를 보며 그녀가 케빈과 함께 바라보고 있는 바다내음처럼, 유리병이 가라앉아 맞닿은 그 곳처럼 짠했고 아늑했다.

♧ 바다거북의 밤
` 바다거북의 밤 `은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이,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야기다.
나는 읽으면서 과거를 다시 마주하려해도 이미 과거는 과거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는게 아니기에 더 아련하게 느껴졌다.
또 과거를 지우고 싶다해도 영원히 선명하게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으니 그것은 그저 마음 한 구석에 놓아두고 현실을 마주하고 현재를 보고 느끼면서 생기를 되찾아야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뒤집어 놓았던 바다거북을 돌려놓을 때가 됐나보다.

♧ 문병
` 문병 `은 ` 도시야 `란 인물의 시점에서 그려진 이야기다.
친형들보다 더 많이 따르던 ` 히고 마코토 `의 변한 모습에 변함없이 찾아주는 도시야를 보며 마코토민큼은 아니지만 나름 변해버린 나에게도 누군가가 찾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수군거리던 개의치않고 그저 ` 나 `를 보러와주는 이가 있다는건 깊고 어두운 밤바다 속 그 암울한 분위기 위에 내려앉아 주위를 , 그 분위기 속을 밝혀주는 달빛이면서 별빛일테니까.
이 외에도 누군가의 ` 문병 `을 도와주는 도시야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 악의 꽃
` 악의 꽃 `은 마을사람들 입에서 시작해 입으로 퍼져버린 소문 (= 저주나 다름없는 ), 시어머니의 부정등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는 ` 치요코 ` 할머니의 이야기다.
주위사람들의 마땅찮은 소문으로 인한 외로움은 나도 겪어봐서 치요할머니의 마음 ( 그중에 극히 일부분이겠지만 ) 에 공감할 수 있었다. 괴로움 속에 살아도 사는게 아니고 그저 살아지기에 살아가는 느낌,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하고 소문의 근원지에서 여전히 우뚝 서있는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치요할머니에게 그러하듯에 나에게도 ` 아름다운 보석 ` 다이코가 있다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나의 ` 악의 꽃 `은 결국엔 내 스스로가 용기있고 당당하게 뽑아버리고 그 잔해를 조금씩이나마 치워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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