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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나이 서른,
나는 지금 모든 걸 던지고
20kg 가방 하나에 내 모든 것을 담아, 그 먼길을 떠날 수 있을까?
나는 못 한다.
내 인생, 고작 서른 해를 살아오며
20kg 가방 하나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지난 인생에 대한 미련이 넘치고
내 미래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남기에..
나는 절대 그렇지 못하리라.
그렇다면 내 나이 60을 넘어 70에 가까운 나이에는?
그 때 역시, 나는 못 할 것이다.
생의 후반부,
나는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 내 손에 꽉 쥐고 살아가고 싶은 것들이
지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했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먼 그대』로 문단에서 모든 찬사를 받으며
현재 주요 문학상 심사위원이자 존경받는 문인으로 인정받던 서영은 작가.
그녀는 66세 나이에, 20kg 가방 하나에 모든 걸 담아 떠났다.
담았다기 보다, 모두 비우고 떠났다.
생에 대한 아쉬움도 미련도, 모두 이곳에 유서와 함께 남겨둔 채
오직 하나의 믿음만 지닌 채, 길을 떠난다.
김동리 작가의 마지막 생을 함께한 세번째 부인.
30살 나이 차이와 사회적 편견을 모두 뒤로하고 사랑 하나만으로 살아온 그 시절의 추억.
그 모든 것을 남겨두고, 그녀는 한국을 떠났다.
남편인 소설가 김동리씨도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아이도, 가족도 하나 없는 그녀는
그녀의 어깨에 놓인 짐을 모두 내리고 터벅터벅 걸으며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지는 산티아고,
도보로 그 먼길을 걸으며 인생을 마무리하러 갔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만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 세상 그 어떤 미련도 남기 않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오히려 새로운 인생의 열정을 보고 온 산티아고 순례기.
산티아고 길로 들어서서 그녀가 만난 것은 새로운 인생이요,
그것이 곧 그녀의 인생이고 신의 손길이었다.
그렇게 산티아고를 다녀온 그녀는 나이 70에 새로운 인생을 접하게 된다.
이상문학상 수장작가이기에, 그 글맛은 정말 좋다.
글을 읽는 내내, 이 글이 실화인가, 소설인가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글 맛이 정말 소설 같아서..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는 그 어떤 허구의 것이 하나도 없는 실화이다.
그렇기에 더욱 깊은 감동을 줍니다.
그녀의 이야기도, 그녀의 문체도, 그녀의 사진도 모두 짠하고 감동적이다.
나도 60이 넘은 나이에 그녀처럼 그 먼길을 터벅터벅 걸을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바라며..
아니, 지금이라도...
내 인생 모두 비우고, 다시 채워올 용기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