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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 - 큐레이터 캐서린 쿠가 사랑한 20세기 미술의 영웅들
캐서린 쿠 지음, 에이비스 버먼 엮음, 김영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선으로 죽죽 휘갈기듯 그려낸 현대 예술가들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전설적인 큐레이터’가 말하는,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다. 특이한 점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가들(그리고 미술사가와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이 그녀가 직접 만나고 교유했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up-close & personal’한 현대미술 이야기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입주자들이 이것저것 불평을 늘어놓을까봐 자기가 설계한 건물에서는 절대로 살지 않았다는 이야기, 마크 로스코가 점점 자신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며 자살에 이르게 된 이야기, 검소한 사람이었지만 차만은 캐딜락 같은 크고 호화로운 차를 선호했던 클리퍼드 스틸, 가장 아끼던 작품을 슈트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마크 토비, 프란츠 클라인이 들창을 통해 지붕 몇 개를 건너 데 쿠닝의 스튜디오로 왕래했던 일, 에드워드 호퍼가 캐서린 쿠의 조언으로 멕시코의 한 마을 살티요에 머물렀던 일 같은, 그녀의 입에서가 아니라면 절대로 들을 수 없었을,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미술이란 게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다 보니까, 이런 책을 통해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이 책은 편집자의 서문과 지은이 캐서린 커의 서문과 서론, 그리고 예술가들과 예술계 사람들에 관한, 각각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6편의 에세이로 구성돼 있다. 서문에 해당하는 앞쪽의 글들이 조금 딱딱하다 여겨지는 사람들이라면, 과감히 뒤쪽의 16편의 에세이부터 읽기 시작해도 무방할 것 같다. 혹시 이들 중에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이야기부터 골라 읽어도 좋겠다. 그러면 단언컨대 이 책의 매력에 단박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