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샤오홍의 황금시대

 

이상하게도 '찬란하다'라는 표현을 보면 그 반대의 분위기와 감정도 함께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너무도 찬란하기에 숨겨진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의미로 내게 다가온달까?

 

여기 누구보다도 찬란함의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이 있다. 1930년대 중국 격변의 시기를 살다간 천재 작가 샤오홍이 그 주인공이다. 약 10여년동안 10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는, 중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천재작가인데도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샤오홍이라는 인물도, 황금시대라는 영화도 들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샤오홍의 작품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고, 황금시대라는 그녀 인생의 각색된 영화도 꼭 한 번 찾아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전에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라는 도서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도서가 떠올랐다기보다는 그 이야기 속의 마리아라는 인물이 떠올랐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이다. 실제로 그 두 인물이 만난다면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보며, 자꾸만 오버랩되는 마리아와 샤오홍의 삶의 모습에 자꾸만 안타깝고도 속상했다.

 

왜 역사 속의 수많은 천재들은 불꽃처럼 타오르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비운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왜 이런 법칙이 샤오홍에게 또한 피해가지 못하고 그렇게 자신 또한 연기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샤오홍은 자신의 글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내가 고통으로 점철된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녀로 인해 쓰여진 수많은 글들로 인해 과연 현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딩링이 상류층 혹은 그 배경 속에서 아픈 여성들을 글로 썼다면, 샤오홍은 일반 서민 혹은 농촌을 배경으로 해서 여성들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딩링과 함께 혹은 딩링보다 뛰어난 중국의 대표적인 여류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자연적 경관을 인물을 표현하는 것보다도 더 섬세하고 훌륭하게 표현했던 샤오홍은 어릴적 자신의 추억이 담긴 후란강 근처의 추억이 있었기에 더 훌륭하게 표현해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아픈 과거들로 얼룩진 기억들이 결국은 고통 가득한, 그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고통을 써내려가는 작품들로 재탄생하게 만든 건 아닐까 다시한 번 생각해본다.

 

어릴 적 할아버지 외에는 그 누구도 그녀에게 사랑을 쏟아주지 못했기에,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 할아버지라는 존재마저 없었다면 그녀가 어떻게 삶을 견디며 살아왔을까, 할아버지와의 추억이라도 가지고 있기에 시간이 흘러 나중까지 고통을 감내하며 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집안에서 정해주는 결혼을 피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집에서 나와 온갖 고생을 평생하며 산 샤오홍에게 또 사랑의 시련이 끊임없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더욱더 가슴이 아파왔다. 몇 번이나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던 여러 번의 그녀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더욱더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어릴 적부터 애정,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기에 조금만 잘해준다하면 동정을 사랑으로 철썩같이 믿고 모든 걸 바치는 맹목적인 사랑을 한 게 아니었을까, 한마디로 책에 나온 표현처럼 가슴 아픈 건, 그녀는 상대방이 주는 사랑이 진심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줄을 몰랐기에, 그 사랑이 순간적인 건지 영원한건지, 순수한 건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지를 몰랐기에 더욱더 마지막까지 가슴아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제목 '황금시대'의 뜻이 뭘까 생각을 해봤다. 과연 그녀의 황금시대는 언제였을까?

후란 강에서의 할아버지와의 추억? 혹은 그녀를 결국은 중국 최고 작가로 만들어주신 루쉰 스승님과의 추억? 혹은, 각각의 아픈 사랑 속 고통스러운 삶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그 어느 것이든, 황금시대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찬란하디 찬란했던 샤오홍의 삶에 깊은 연민과 슬픔을 느낀다. 샤오홍의 작품, 영화 또한 꼭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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