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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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이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드는 단어를 꼽으라면 '비밀스러움'이다.

비밀스러운 소설이고 몽환적인 소설이면서 전반적으로 살짝은 어둡지만 어찌보면 우리 모두의 모습을 그려놓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사실 나는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실망하게 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그의 '소소한 풍경'이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생각했던 것보다 새로운 소재의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는 김춘수의 시 '꽃'의 일부를 먼저 우리에게 들려주며 앞으로 화자가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나갈지를 미리 암시 혹은 알려주고 있다. 사실 '꽃'이라는 시는 지금까지 수많이 들어왔지만 이 작품으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는 것 같아 새롭고도 다양한 의미부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시 '꽃'을 소설로 풀어내면 이와 비슷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평소에 우리가 어떤 것을 '꽃'혹은 '다만 하나의 몸짓'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처럼 다른 방식의 의문도 많이 들었다. 이 소설에서는 여느 다른 작품에서 아직까지 마주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인물들의 이름으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즉 화자(ㄱ), 남자1, ㄴ, ㄷ 이 그것이다.

각자의 상처를 내면에 안고 ㄱ과 ㄴ, 그리고 ㄷ은 우연하게 ㄱ의 집에 함께 잠시나마 머물며 생활을 하게 되는데, 서로의 이름도, 직업도, 그 외의 어떠한 이야기도 그들은 서로 묻지 않는다. 다만 ㄱ,ㄴ,ㄷ이 다일뿐. 그들은 외부와 거의 단절된 곳에서 그들끼리의 삶을 살아나가는데, 계속해서 그들의 진짜 이름 대신 ㄱ,ㄴ,ㄷ 으로 불렸기에 더욱더 김춘수의 시가 특별하게 기억에 와닿을 수 있었던 것같다. 정말 언제나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가 그저 아무렇지 않은 것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그들 각각에게 그들만의 이름을 붙여준다면 그들은 나에게 '꽃' 보다도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ㄱ,ㄴ,ㄷ 도 서로에게 '꽃'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에게 있어서 '꽃'은 무엇일까? 그리고 '다만 하나의 몸짓'은 무엇일까?

사실 박범신 작가의 전작들이 '은교', '힐링'을 포함해 인기가 꾸준히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이 '소소한 풍경'이라는 작품 이외에는 아직 읽어본 도서가 없다. 이 작품 '소소한 풍경'은 '은교'에서 못다한 작가 박범신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은교'를 포함해 이 저자의 다른 도서들도 여러 권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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