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축구, 양주의 골프 즐겁고 발랄한 동아시아 문명 시리즈 1
이호영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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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축구, 양주의 골프> 내용을 읽기전에 책 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를 읽었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 이호영이 쓴 이 책 내용의 분위기를 추측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춘추전국시대 공자와 전국시대 양주를 "축구"와 "골프"로 대별시켜 설명하고 있다. 공자 사상의 흐름은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축구와 비슷하고, 양주의 사상의 핵심은 개인 플레이를 우선으로하는 골프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두 사상은 너무 다른 것 같기도하지만, 이호영은 두 사상 모두 "플레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사람은 "동호회" 라는 조직문화속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조직을 벗어난 상태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 둘은 서로 다르지만 닮아 있다.

이 두 사상의 "플레이"에서 저자 이호영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문명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공자의 학문은 딱딱하기그지 없는 장광설로, 양주의 사상은 귀족계급의 이기적 행복론으로 치부되어야만 할까? 그는 이런 의문에서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적으로 너무 먼 것은 어쩌면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공자와 양주를 불러내어 현대적 상황으로 초대한다.

분량상 공자의 이야기가 더 많은데 그것은 공자의 사상을 엘리아데의 '궁정사회론'과 연결해서 비교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영은 공자의 신분 배경을 설명하면서, 공자가 글이나 읽는 선비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여는 지식계층이었다고 말한다. 공자의 이상형 인간상인 "군자"는 엘리아데의 문명론에서 18세기 부르조아와 유사하며, 공자의 "도" 개념역시 야만에서 문명으로 넘어가는데 필요한 사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엘리아데를 공자와 연결시키려한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개인을 중시하는 시초가 공자에게서도 발견되며(爲己之學), 그것의 극대화가 동양 사상에서는 양주였다라는 논의가 더 낫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의문을 던져본다. 또한 전적으로 시대가 다른 두 사상가를 비교하기 보다는 오히려 동시대인인 맹자와 양주를 비교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사상가 양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했다. 양주는 그저 쾌락주의자라고만 알았는데, 어쩌면 양주에게서, 동양 사회에서 개인에 대한, 혹은 개인의 감각 추구에 대한 시발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조직화되고, 감각이 둔마되는 이 사회에서 양주의 발견과 재해석은 우리 삶에 생기를 넣어줄지도 모른다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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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스토리 - 장소와 시간으로 엮다
양희경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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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 장소와 시간으로 엮다>는 서울대 지리교육학과 출신인 저자 양희경, 심승희, 이현군, 한지은의 협엽으로 이루어진 보고서이다. 저자가 여럿이므로 글의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깊다.

기존의 서울에 대한 안내서는 대체로 서울의 문화유적들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었다. 물론 서울이라는 도시는 과거 한양이라는 영역과 겹쳐져 있다. 하지만 근대화 이후 "한양"보다 넓어진 서울의 역사를 담은 책들은 보기 어려웠다. 과거는 현재와 긴밀한 관계가 있고, 현재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되짚어 볼 수 밖에 없다. 지리라는 특성은 현장성을 갖지만, 그 현장성이 시간을 통해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 터 무늬를 찾아 한 발 한발 내딛은 저자들의 노고가 빛난다.

서울에는 옛 건물을 뒤로하고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났다. 북촌의 랜드마크였던 화신백화점 자리에는 삼성종로타워가 우뚝 솟았고, 옛 미츠코시 백화점 자리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들어 섰다. 현재 건물이 세워지기 전 그 터에는 어떤 건물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은 이라면 <서울 스토리>에서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해방후 근대화가 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였다. 잘 살고 싶은 자본주의적 욕망들이 건물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강과 여의도를 필두로 개발이 시작됬고 고층 아파트 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책은 고층 아파트들의 번영에만 주목하지 않고, 그 아파트가 세워지기 이전에 있었던 도매시장, 쓰레기 매립장, 버스터미널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여기에 있다. 단순히 서울을 미화하지 않고, 서울이 지나온 시간들을 찬찬히 되새긴다. 그 과정 속에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 반추해 볼 수 있다.

인구 천만에 육박하는 메트로폴리탄이 된 서울은 이제 댜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방배동 프랑스 마을, 이촌동의 일본인 마릉, 한남동의 외인 아파트 지역 처럼 독특한 풍경을 보이기도 하며, 홍대 거리나 이태원처럼 다양한 인종이 모인 구역도 있다. 우리가 아는 이 화려한 모습들과 달리,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슬럼화지역도 있다. 동대문역사 박물관역 근처 뉴금호타운은 몽골타운이 형성되어 있으며, 동대문역 근처 창신동에는 네팔인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재중동포들이 가장 많았던 가리봉동은 재개발되면서, 이들을 대림동 자양동으로 옮기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은 이제 한국인들만의 도시가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을 품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개발의 시대를 지나, 서울이 이제 다양한 사람들과 공존하며 즐길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옆에 끼고 서울을 걷노라면, 마치 여행객이 된 듯 서울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남긴 응달진 곳일지라도 그 땅이 지나온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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